적성검사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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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검사-적성검사-



‘미스터 성! 부장님 호출이요.’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찮았다. 그래, 너 또라이 짓 하더니 내 그럴 줄 알았다는 그런…



‘왜?’



‘아니, 그걸 제가 아나요? 어서 가 보세요.’



‘우씨, 열나 바쁜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장님 방을 두드렸다.



‘저, 부르셨습니까?’



‘응, 거기 쫌 앉지!’



‘네.’



‘자네 여기 부서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일년 조금 넘었습니다.’



‘소비자 응대 교육은?’



‘정기적인 코스는 모두 패스 했고, 특별 교육도 물론…..’



‘근데, 왜 이따우 보고서가 우리 부서도 아니고 위에서 쳐 내려 오느냐 이 말이야, 내 말은?’



부장은 책상을 내리치면서 소리를 바락바락 쳐댔다.



‘아니 제가 뭘 잘 못 했기에….’



‘자네, 제 정신이야? 이거 회장 비서실 직속, 감사실에서 올라 온 건데… 내 참, 기가 막혀서… 내가 한번 읽어 줘?’



‘네.’



‘어쭈구리? 대답은 잘 해요. 2004년 11월 00일 금요일 오후3시 22분부터 37분 사이에 자네가 받은 통화 기록이야. 사용자가 얼마나 열 받았으면 이렇게 다시 이멜을 정리해서 위로 올렸을까? 잘 들어, 귀구멍 열고…’



말 안해도 귀구멍은 열려 있었다. 만만한 게 홍어좇 이라고, 괜히 밑에 하급 직원만 붙들고 저렇게 난리를 떠는 거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소비자…..거기 00텔레콤 소비자 상담실이죠?,

상담원…..그런데요? 왜 그 쪽 성함을 밝히질 않으세요?… 이게 이지, 제정신이야?,

소비자…..이름을 꼭 밝혀야 하나요?

상담원…..그럼요. 그래야 제가 적어놨다가 가끔 생각나면 다시 전화드리죠…..적어놨다, 가끔 생각나면? 뭐 소비자 상대로 뻐꾸기 날리냐? 니가 그러고도 상담원이야? 이건 또 한술 더 떠요!

소비자…..이름은 알 거 없구요. 이거 얼마 전에 신모델이라고 구입한 건데 전화가 터지질 않아요. 요새 이렇게 안 터지는 전화도 있나?…

상담원…..핸폰은 절대 안 터집니다. 핸폰을 무슨 폭탄으로 생각하시는가 본데요, 절대 터지는 법은 없습니다?…..으이구….내가 돌아버려요, 이건 무슨 개그맨도 아니고…

소비자….그 말이 아니고, 지역적인 특성을 탄다, 그 말이에요….

상담원….핸폰에 영남, 호남, 충청권등 지역구분 표시는 없습니다. 사투리 쓰셔도 통화는 자알 됩니다?….. 내가 미쳐!….

소비자…뭐, 이따우 직원이 다 있어? 당신 윗사람 바꿔!…..

상담원….제가 이렇게 댁의 전화나 받고 있는데, 어떻게 말도 없이 상급자를 갈아 치울 수 있겠습니까? 그랬다간 제 모가지 달아나가기 십상이져?…..왠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망발도 유분수지….그리고, 이건 또 뭐야?

소비자…..아니, 전원은 왜 이렇게 빨리 나가는 거요?

상담원…..경기가 않 좋아서 그럴 겁니다. 요즈음도 전기 자주 나가고, 급수차가 가야만 물타먹는 동네가 아직까지 있다니깐요!…. 내 참, 기가 막혀서…..’



난 틀린 말, 한 적은 없다. 그 쪽이 이해를 못해서 그렇지. 부장은 먼산만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 쉰다. 폐가 안 좋은가? 아님, 기관지 천식?



‘부장님, 어디 몸이라도 편찮으세요?’



‘내가 말을 말아야쥐….얼릉 업무 인수인계하고 설랑, 적성검사 받으러 총무과에 가서 등록하고 와. 잔소리 하지말고….’



나는 할 일이 태산 같았다. 상담일지 정리해서 통계도 내야 했고, 상담사례에 대한 다음달 세미나에 대비한 발표자료도 챙겨야 했지만, 이렇게 적성검사를 받으라는 말에 나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거럼, 나 같은 사람을 전화통이랑 계수기에 들러 붙여놓고 있는 다는 건, 국가적 손실이 아니고 뭐겠냐 말이지! 한 일주일 푹 쉬다 오겠구만. 오매 신나는 거….’



우리 회사의 특징은 그 철저한 교육 과정에 있었다. 교육이사 백년지 대계라 했거늘, 회사의 그런 철두철미한 사전 교육 시스템은 실무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의 변수를 극소화 시킬 수 있게 조절하는, 댐과도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나는 적성 검사가 의미하는 다른 면도 익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내에서 이루어지는 부서간 인력 트레이드의 영순위가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부서끼리 욕심나는 사원이 있으면 다른 부서에서 상부에 고리를 걸어 재 적성검사를 받게끔 의뢰하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만일 예를 들어, 인사과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무래도 세일즈맨 깜 이라는 판단이 들 경우, 세일즈 부서장이 그 부서의 해당 직원을 대상으로 재 적성검사 교육을 회사 차원에서 의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사 초기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부문들이 드러나면 그 자료를 백이십분 활용해서 자신의 부서로 기어이 스카우트를 해오는 제도를 말했다. 자신은 모르지만 그 누군가가 나를 끌어가기 위해서 재 적성검사를 신청했다는 예감이 퍼뜩 든 것은 역시 나만의 출중한 육감이 아닌가 싶다.



‘윤 대리님, 저 내일부터 재 적성검사 들어가라고 부장님이 그러시는데요?’



‘왜 그 얘기 않나오나 했다. 얼릉 업무 인수인계하고, 등록하고 와.’



사무실을 나오는데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아무나 재 적성검사로 영전 된다디? 재 적성검사로 근무불가 판정 받으면, 자진 사퇴라는 사실을 알랑가 몰러? 쯧쯧.. 또 젊은 인생 하나 조지는 구만, 왠간히 똥 플레이를 했었어야지…..’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근무불가? 그럼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버텼을까나? 너그들이나 조심해. 이 웃기는 짬뽕 들아!’



나는 랄라룰루 노래를 부르며, 총무과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노래를 흥얼대는 나를 두고 복도에서 만난 총무과장님께서 물으신다.



‘성윤식씨!, 무슨 좋은 일 있어? 왠 노래?’



‘아, 이 노래요? 돈 워리, 비 해피 라는 노래에요. 과장님도 한번 배워 보실래요?’



‘누가 노래 갈켜 달래? 하여간 사내가 유명한 사오정 답네. 아니야, 어여 가던 길 가.’



‘어딜 가긴요? 저 과장님 따라 총무과 가는 중인데요?’



과장님이 고개를 짤래짤래 흔드신다. 아마도 노래 중간에 비트박스 라도 넣으실 모양이다. 그 노래가 워낙 재미 있어야지….신청을 하던 도중에 총무과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씩들 하고 있었다. 내 노래가 좀 컸나? 그래도 나는 모른 척 하고 노래를 부르며, 총무과를 유유히 나왔다. 나는 나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일을 해 왔지만, 사람들의 시각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내심 적성검사 후에 근무 불가 판정으로 기어이 사표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유달리 헷소리 많이 한다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도 많이 당하고, 엉뚱하기 그지없는 행동으로 지적도 많이 받아온 인생이지만 나는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을 내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자평 하는 편이었다.



‘잘 될거야. 뭐 별일이야 있을라구!’



나는 회사의 연수원으로 향하면서도 별반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연수원으로 입소한 인원은 달랑 5명 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 이번에 입사한 경력사원 이라고들 했으며, 신입 때에 받지 못했던 인성교육과 적성검사, 현장 배치를 위한 간략한 OJT가 교육의 전부 라고들 했다. 난 적성검사 뿐인데…..게다가 모두 여자들 이었다. 여성상위 시대라고는 하지만, 저렇게 남자보다 우월한 여성들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그녀들의 얼굴은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인정머리에다, 소갈머리도 없어 보였다, 혹시 주변머리 까정?



‘안녕하세요? 이번 연수를 책임진 김사연 실장입니다.’



책임자도 여자… 이거 왠통 여자들로 둘러싸인 꽃밭 이자넝? 이게 왠떡! 그 여자는 회사에서 외주로 연수와 적성 및 인성 교육 및 검사를 전문으로 해주면서 회사 생활에 필요한 OJT교육도 담당한다는 마케팅 교육 회사에서 파견 나온 강사였다. 그 여자는 맨 처음 인사 소개를 하면서 강단의 탁자 위에 메트로놈을 올려 놓고 작동을 시켰다. 똑딱똑딱 하는 규칙적인 소리를 반복하고 있으면서도 그 여자는 하나도 성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강사님, 그 메트로놈은 워쩐 일로 그렇게 켜 놓으셨데요?’



내가 질문을 날렸다.



‘이거요? 자, 이제부터 설명해 올릴께요. 여러분들은 이제 지금까지의 환경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업무공간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이 메트로놈이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다 알고 계시죠? 이 연수가 끝날 때까지 개인적인 휴식 시간 이외에는 언제나 이게 작동하는 소리를 강제로라도 듣게 되실 겁니다.



‘싫은 사람은요?’



내가 되받아쳤다.



‘물론 인성교육과 적성검사의 소견에 반영될뿐더러 점수에도 현격한 차등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에이, 강사님도! 대통령도 지 싫으면 사퇴 하고자픈 세상인데, 그렇다고 차별을 지우면 불공평하질 않습니까? 꼭 찝어서 메트로놈이 교육과정이라고 지적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느끼지는 못해도 뇌를 움직이는 여러 가지 자신만의 리듬이 있지요. 그 리듬감은 생활, 업무, 섹스, 등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자신을 지배하는 조향타가 되어서 그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연주해 내지요. 제가 이 메트로놈을 틀어 놓는 이유는, 여러분들의 뇌리 속에 새로운 일을 접하는 이 시점을 맞이하여, 본능적인 리듬감각을 새로이 불어넣어 주자는 의도 때문입니다. 이것에 반기를 드신다면 새로이 열리는 신세계를 거부하고, 이제까지 잘했건 못했건 간에 끌어 왔던, 본인의 타성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말씀 드린 것이지요.



그러나, 나와 강사와의 싸움은 이 메트로놈을 발단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성윤식씨! 지금 뭐하고 계세요?’



‘네? 머리 좀 식히고 있는데여?’



‘지금은 강의 시간인데, 사고를 집중해도 모자랄 이 판국에 책상 밑으로 뭐하고 계세요?’



‘어, 이거요? 다마고찐 데여?’



나는 아이들도 이제는 질력을 낸다는 다마고찌를 구입한 날로부터 하루도 빼놓질 않고 키워가는 중이었다. 주위의 경력 여사원들은 나란 사람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고 있었고…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그 놈의 똑딱 거리는 소리에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다마고찌라도 붙들고 정신을 딴 곳으로 팔고 있질 않으면 돌아버릴 것만 같았기에…



‘저 질문이 있는데여?’



강의도 듣질 않고 있다가 나 같은 또라이가 왠 질문이냐는 표정의 강사…



‘회사 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셨네요. 무엇보다 이렇게 시키는 일 있을 때, 열나 딴짓거리 하질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회사라는 공동체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키지 않은 짓, 해서는 안될 짓, 쓸데 없는 짓들을 하다가는 제명에 못살고, 불이익의 막다른 골목길로 가로막히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무장과 함께 교육이 필수적인 것이죠.’



‘에이 강사님도, 그런 교육이야 세뇌 아닌가요? 이게 무슨 노예집단도 아니고 설랑…’



‘꼭 뭐, 섹스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혹은 영향력의 지속적 주입을 위해서만 세뇌가 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섹스를 예로 들어 볼께요. 모두 젊은 분들이고 좋아하실 테니…. 만일 어떤 사람이 한 여자를 세뇌시켜 자신의 섹스 노리개화 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첫번째가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서로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어야 더 흥미롭다는 사실 입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주체는 그 변화로 인해 쾌감이 증가되고, 그 변화 속에서만이 완전한 소유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죠. 일종의 완전한 노예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자신의 힘 앞에, 조건 앞에 무릎 꿇고 순종하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사고를 자극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상대의 감각과 견해가 부지불식간에 주체 측의 의도에 동화되어 버리는 순간, 쾌감이 절정에 달하는 것이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와 끈의 철학을 들 수 있죠. 적당한 거리라고 하는 것은 신비감의 조성입니다. 우리가 연예인을 부러워하는 것은 그들의 외모, 능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돋보이게끔 판단하게 하는 원인, 즉, 그들은 우리와 무어가 달라도 다르다고 느껴지게 하는 외경심이 그 원인이죠. 그 사이에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가, 공간이, 상황이 놓여 있기 때문에 언제나 관객은 흠모의 눈으로 연예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끈의 철학은 다름 아닌, 상대가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또는 정도 이상으로 가깝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줄긋기를 의미하죠. 이 족쇄 속에서 상대의 명줄을 조였다, 놓았다 하면서 상대가 주체측의 생각에 의존해서만 말하고, 주체가 허락하는 공기만을 마시며, 그 안에서만 행동하게 하는 법칙을 정립하게끔 강요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함정을 판다는 것이죠. 즐긴다는 표현과 함정은 서로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함정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는 극도의 긴장감과 함정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각은 형성되질 않죠. 그럼, 만일 누구도 구해줄 수 없는 함정에, 구덩이에 빠졌다면 어떨까요? 얼마간은 반항하고 벗어나려고 애쓸 겁니다. 그러나, 이도 저도 불가능함을 깨달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그렇죠. 포기하게 됩니다. 구덩이에서 죽어가느니 이 짓이라도 해보자, 어? 해보면 죽을 것 같았는데, 그런대로 재미 있구만….그 다음은 그 안에서 스스로가 즐기는 여유를 찾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름 하야 적응의 명수이기 때문이죠. 네번째로는 끊임없는 채찍과 당근 입니다. 사람은 누구나가 자유를 갈망하죠. 그래서 그 자유가 박탈되고, 자신이 상대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되었다고 생각되면 끊임없이 탈출의 기회를 엿보게 됩니다.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죠. 무얼로요? 네, 맞습니다. 당근과 채찍으로요. 상대가 좌절했을 때, 그것을 보상해주는 물질적, 환경적 지원, 그 뒤를 잇따르는 혹독한 체벌, 이 두 가지가 교묘히 배합 되면, 상대는 주체측의 의도에 감사하면서 그 상황 안에서 안주할 자리를 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섹스를 통한 상대 변화시키기 입니다. 그러나, 이게 섹스뿐이겠습니까? 이 이론은 회사 생활에서도 바로 적용 되지요. 미국의 유명한 컴퓨터 회사의 신입사원에게는 양복을 입는 교육과 아울러 양복 안에 넣어두는 자신의 개인 소지품마저 자리를 정해두는 교육을 시킵니다. 예를 들어, 다른 회사의 사람들과 첫만남을 가졌다고 예를 들어보죠. 사전 교육이 없는 회사의 사람들은 아까 점심 먹고, 명함을 넣어 두었던 지갑이 어느 주머니에 들어가 있나 주섬 대며 찾게 될 테지요. 그러나, 교육을 받은 그 회사의 사원은 한 사람이 만나든, 두 사람이 만나든 간에, 로보트 처럼 획일화 된 손동작으로 양복을 열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명함 첩을 동시에 꺼내서 상대에게 명함을 내밀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는 그 순간에서부터 기가 꺾이게 되어 있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저렇게 사소한 것까지 통일성이 강조되는 저 회사와는, 조심해야지 잘못하다간 밟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겠죠. 그러나, 그런 경우, 당연히 잘못하게 됩니다. 왜냐구요? 교육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러분도 교육을 받고 있는 겁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요? 제 생각에 이의가 있으신가요?’



‘아뇨, 뒤가 급해서 저는 이만….’



나는 그 여자 강사를 뒤로 하고, 방귀를 풍풍 뀌면서 무슨 고물차 지나가듯이 실내에 온통 냄새를 날리며, 화장실로 냅다 달렸다.



‘아침밥을 너무 먹었나?’



좌변기에 앉아 용을 쓰면서도 나는 돌아서 나오다 내려다 본 연수생들의 눈초리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 말이 백번, 천번 지당한 말씀이네 하는 그 눈빛들….그러나, 한 여자만은 강사의 말을 경청하지도 않은 채, 창 밖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개소리 나불대지 말라는 표정으로……어지간히 볼일을 보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실내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사와 아까 그 무표정한 여자 연수생과 더불어…



‘강사님, 섹스란 게 그렇게 녹녹한 것이 아닙니다. 경험이나 있으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면 그냥 책에서 읽은 것을 앵무새 처럼 읊조리시는 건지….’



‘왜요? 그 세뇌의 비유가 거슬리셨나요? 회사라고 하는 조직체에서 이 정도의 세뇌도 없다면 그 누가 붙어 있겠습니다. 이것은 세뇌가 아니고, 조율입니다. 많은 피아노 줄이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정확한 음높이를 내주어야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음률이 남이 듣기에도 좋듯이, 여러분 앞에 놓인 회사라는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들이대면서 적응하는 것이, 본인의 정신 건강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저, 예전의 회사보다 연봉을 조금 더 많이 준다기에, 아니면, 도대체 진급도 안 되는 예전보다 더 높은 직급을 개런티 하기에 자리만 이동했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그 동안의 애로사항을 해결했을 수도 있지만, 일에 임하는 자신의 결함은 그대로 안고 계실 겁니다. 그게 저번 직장을 그만두게 된 원인인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그 세뇌라는 말이 죽기보다 싫거든요? 하고 많은 비유 중에 어째서 그런 비유를 드셨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임소영씨는 회사의 교육시스템이 세뇌 같아서 싫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제 말뜻은 많은 비유가 있을 수 있으되, 어떻게 그런 고압적이고, 피학적인 세뇌란 단어를 써 가며, 회사의 교육 시스템을 빗댈 수 있는 건가 이 말이에요.’



‘말씀 잘 하셨네요. 피학적 이란 단어를 쓰셨는데, 그런 단어, 보통 사람들 잘 사용하질 않아요. 혹시 세뇌를 통해 매저키즘 이나 새디즘에 젖어, 노예생활을 해보신 분 아니세요?’



‘그래요, 했다면 어쩔래요? 좇도 모르는 것들이 탱자탱자는….’



거친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 정말 좇 되는 거 아냐?



‘아니, 좇도 모르다뇨? 저 이래 뵈도 섹스라면 일가견 있는 여자에요. 삼섬에, 스왑에, 떼씹에 안 해 본거 없다구요. 이렇게 들러리 처럼 회사들 교육이나 하러 다니는 앵무새처럼 보여도 제 사생활은 충만한 섹스로 가득 차 있죠. 요즈음 저처럼 내놓고 섹스를 즐기는 사람, 실제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해도 누구에게 질질 끌려 다니며, 개처럼 지내는 노예생활 같은 건 아예 해 본 역사가 없어요.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남자들에게 짓눌려가며, 섹스를 구걸하고 사나?’



‘구걸이라니, 구걸이라니? 말을 해도….강사님은 복종의 진정한 의미가 무언지나 알고 그러시는 거에요? 섹스를 하면서 얼마나 사람이 철학적으로 바뀌는지 경험하신 적 있어요? 섹스라고 해봐야, 그냥 들고 쑤시기만 했지, 그 안에 담긴 복종과 허용된 쾌락의 범주에서 나 자신을 철저히 바수어 뜨리는 그 기쁨을 아시냐고요? 그건 섹스를 넘어서서, 도저히 가늠이 안 되는, 넘치는 환희 라구요.’



‘말이 번드르르 하지, 고통이 쾌락으로 바뀐다고요? 굴욕과 복종이 섹스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요? 웃기는 소리에요. 제대로 쑤시지도 못하는 물건을 가진 놈들이 그딴 짓 시켜가면서 왕 노릇 한다는 거, 세상이 다 알아요. 말이 좋아 노예지, 그게 어디 사람 할 짓이에요? 적어도 근질 거리는 보지, 흠씬 쑤셔주고, 좇물도 펑펑 싸줘야 그게 건강하고 좋은 섹스지, 개 목걸이를 둘러라, 스뎅 달린 가죽옷을 입자, 채찍으로 패야 된다. 딜도로 조질 나게 쑤셔보세…. 그게 요식행위지, 어떻게 기쁨을 구가하는 섹스라 할 수 있죠? 알다가도 모르겠네……’



‘왜요! 그게 어때서? 보통의 평범한 섹스, 그게 뭐 그리 가슴에 오래 남죠? 진정으로 주인에게 온전히 소유 당하면서, 그 안에서 느끼는 고통조차 달콤해질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오르가즘이 밀려온다는 걸 강사님은 모르시죠?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그저 좇대가리 숫자만 늘린다고, 횟수만 더 센다고 그게 진정한 오르가즘 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리고, 노예가 된 사람은 오로지 주인님만을 바라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걸 알기나 하세요? 질투도 사라지고 오로지 주인님의 명령에만 몸이 움직이는 이런 삶을 살게 된다구요.’



하면서 임소영씨는 일어서서 입고 있던 바지와 팬티조차 훌렁 까 재끼며, 모두가 학실히 볼 수 있도록 가랭이를 벌려, 보지 속살을 뒤로 드러내면서 바지를 아래로 내려 버렸다. 그녀의 보지 속에는 누에고치처럼 생긴 바이브가 씹구녕 깊숙히 들어가 있었으며, 그 밖으로 탐폰 꼬다리 처럼 스위치 박스로 연결된 줄이 길다랗게 늘어져 팬티 안쪽으로, 작은 스위치 박스가 켜진 채로 테잎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거 보여요? 아까 강사님과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켜 놓은 전화기 에요. 제가 이렇게 보지 속에 딜도를 넣고 있는 것도, 여기 계시지는 않지만 주인님의 명령이고, 싸우는 모습을 전화로 나마 이렇게 전송해서 보여드리는 것도 주인님의 명령이에요. 그런데, 보세요. 제 보지에서 물이 줄줄 흘러 내리잖아요? 이게 어째서 그럴까요? 다른 분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거에요. 주인님의 명령에 내가 그 어떤 것이라도 해드렸을 때 느끼는 쾌감이라고 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렇게 남들 앞에서라도 주인님의 명령으로 보지 속에서 요동치는 딜도를 쑤셔 넣은 채로도, 침착하게 겉으로 표시내지 않는 거, 모두 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제 작은 소망이 담긴 몸부림 이라구요, 아시겠어요?’



‘근데, 그 딜도 얼마에여?’



‘나 이런 참!...’



난 정말 안 해도 될 질문을 잘하는 편이다. 나의 엉뚱한 돌발 질문에 강사는 혀를 차면서도 절절한 그녀의 절규 같은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말로만 듣던 노예생활을 한다는 그녀의 얘기는 충격에 가까웠으니까…



‘알았어요. 임소영씨. 사생활의 문제를 거론한 것은 잘못 이었지만, 세뇌가 그렇게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지는 몰랐군요. 사과드릴께요. 저도 사실 그래요. 누가 저 보고 이놈 저놈 가리질 않고 벌려댄다고 개보지 라고 한다면 화가 치솟기야 하죠. 누구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고, 풍기를 문란하게 했다고 고발된 적도 없고, 누구에게 빌붙어 흑심을 품고 섹스를 한적도 없는데, 그런 얘기를 듣는다면 말이죠. 오로지 섹스와 그 쾌감이 좋아서 미련이나 사랑 같은 감정도 없이, 오로지 섹스만 한 것 뿐인데, 그걸 가지고 잘했니, 못했니 하는 판단을 섣불리 한다면 저라도 돌아버렸을 테니까요. 암튼 사과 드릴께요. 그래도 임소영씨,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체격하며, 남자들이 줄을 설 텐데, 어찌 한 주인님께 그리도 몸 바쳐 불사르고 계신지…..’



‘아직도 저는 제 주인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다는 생각뿐이에요. 이번 연수에 들어와서도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하나도 못했어요.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야죠.’



‘뭘요?’



‘아직 식당에서 밥 먹을때, 여러 사람들 앞에서 노출시도도 못했고, 연수생 중에 한 분이랑 섹스 하는 걸 보여드리지도 못했거든요. 그걸 주인님께서 너무 보고 싶어하시는데, 아직 제 수치심이 그 한계를 극복하질 못하는가 봐요. 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



‘그럼, 어떤 명령도 주인님이 하게 되면 임소영씨는 듣게 되나요?’



‘물론이죠, 어떤 명령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저… 딜도, 삐져 나왔는데여?’



일어서서 바지를 까고 있던 그녀의 보지속 딜도가 기어이 보지 안에서 밖으로 삐져 나와, 흡사 알을 낳는 것 같은 형상을 보고 내가 한마디 날렸다.



‘그럼, 대신 좀 넣어 주시겠어요?’



그녀가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바짝 들이댄다. 팬티에 부착된 리모트에 줄이 덜렁거린 채 붙어있는 딜도를 붙들려다,



‘저 잠깐 만이여.’



핸폰의 카메라를 가랭이 사이로 넣어서 내가 딜도를 다시 삽입하게 하려는 장면을 찍고 있었던 순간 이었다.



‘쫌 기둘리시면 안될까여? 실은 아까 똥누고 손을 않 닦고 오는 바람에….’



강사가 다시 혀를 찼다. 그럼 그렇지, 니 놈이 하는 짓거리가 그렇지 뭐, 라는 표정으로….연수생 모두가 웃어버리고, 좌중은 다시 교육과정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간간히 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가 일어나 연수생들이 교육을 받는 장면을 배경으로, 바지를 다시 까내리고 핸폰을 들이대고, 나도 질세라 뒤에 붙어 서서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행위는 파격 이었으되, 이제는 모두가 세뇌를 당해서 그런지, 아니면 많이 무뎌 졌는지, 카메라를 향해 손까지 흔들어 준다. 교육의 효과 인지, 세뇌의 여파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교육 수료의 마지막 날이 내일 이었다. 의심할 것도 없이 나는 적성검사를 보기 좋게 통과 했고, 다른 사람들도 교육과정을 무사히, 별탈 없이 수료했다. 별탈이 있었겠는가? 서로가 있는 씹, 없는 똥꼬, 다 보여준 막역한 사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똑똑….’



‘누구세여?’



‘성실장님, 저 김사연 이에요.’



‘허어! 사람들 앞에서 실장이라고 부리지 말랬잖아!’



‘보고 드릴 것이 있어서…’



‘알고 있어요. 임소영 과장 얘기죠?’



‘네 어떻게 아셨어요?’



‘뭐, 그거야….아무래도 우리 연구소에서 보내온 정보가 정확하다면 그 4명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임과장 밖에 없는데…. 김실장 생각은 어때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그 쪽이 가장 유력하질 않나 싶어요. 세뇌라는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아마 확실할 겁니다. 저번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구요. 만일 그 주인님이란 작자가 임과장을 움직여 사내의 기밀을 훔쳐내라고 명령만 한다면 임과장은 죄의식도 없이 기밀을 난짝 들고 튈 인물 이에요. 연구소에서 외부기관과 연계해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번에 입사한 경력 사원 중에서 특이한 섹스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이 우리 회사의 기밀을 겨냥하고 침투된 스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직접 눈으로 선별하려고, 적성검사를 핑계로 참가 했지요. 괜히 나 때문에 희대의 화냥녀 역할까지 도맡게 해서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어머님은 여전 하시죠?’



‘맨날 그 놈의 시장바닥에서…. 생선 팔고 계시는 거야 여전하죠. 노인네가 고집이 워낙 세야쥐….김실장, 입 무거운 거는 세상이 다 알지만, 노파심에서 한번 더 부탁드릴께요. 아무 에게도 내가 비상근 비서실장이라는 사실은 외부로 알려선 안 되요, 알았죠? 회장님의 간곡한 부탁이시거든요. 때가 되면…..’



‘사장님께서 사고사로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어렸을 적, 한번 밖에 보질 않았고, 배다른 형제이긴 했지만, 형은 정말 성실한 사람 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과로사로 유명을 달리했죠. 나야 첩의 자식으로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들풀처럼 자란 인생인데, 이렇게 회장님께서 막중한 임무를 지워 주시니 고맙기도 하고, 돌아가신 형님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송구스럽기도 하고……’



‘무슨 말씀을요? 사장님께서 저번에 회사 기밀을 들고 도망친 일 때문에 고민 고민하시다가 과로로 돌아가셨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실장님께서 고생하시는 건데…. 이 일을 누가 할 수 있겠어요?’



‘일단 인사과와 협의해서 임과장의 적성검사 결과를 변조한 뒤에, 임과장의 적성과 전혀 동떨어지고, 회사의 기밀에 접근할 수 없는 위치로 전보발령 날 수 있도록 조치해 줘요. 아마 기밀에도 접근 할 수 없고, 일도 손에 안 맞으면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질 겁니다. 구지 범죄의 욕구를 느낄만한 자리에 배치해서 서로가 불편할 필요는 없질 않겠어요? 이게 발설되면 노동법에 걸릴 수도 있으니….., 아셨죠? 부탁해요.’



‘그런데, 실장님께서는 언제 비상근 직함을 떼실 작정 이세요? 사내 에서도 의견이 분분 하던 것 같던데….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두는 것 같다고 말이죠.’



‘괜찮아요. 사람이 없다고 일이 안됩디까? 그건 그렇고, 왜 요즈음은 집에 안 놀러 오는 거요? 물 좋은 생선만 들어오면 어머님이 김실장 줘야 한다며, 경을 외우시는데…..’



‘이번 연수 끝나고 가 뵐게요…그런…..’



그 때 누가 똑똑 문을 두드렸다. 나는 황급히 바지를 까 내리고, 김실장에게 좇을 물렸다.



‘들어오세여! 문 열렸어여.’



‘어머, 내 강사님 이럴 줄 알았다니깐. 실례했어요.’



‘괜찮아여! 합승도 되는데…..임과장님! 오시져?’



‘아니에요, 저는 수위 아저씨나 꼬셔 봐야 겠네. 강사님, 다시 봤어요! 그럼…’



문을 닫고 웃음을 띄면서 나가는 임과장, 그렇고 그런 년 놈들 끼리 연수를 핑계 삼아 잘도 들러 붙고 있구나 라는 그런 표정, 절대 눈치 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에이, 실장님도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어떡해요?’



‘의심사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남인가 뭐?’



김실장이 눈을 흘긴다. 그녀가 나를 보며 웃다가 이내 방금 전까지 빨았던 내 좇을 다시 입에 머금고….



‘웁웁….실장님, 다른 강사로 바뀌면 또 이렇게 하실거죠? 웁웁..쩝쩝….’



‘내가 맨날 적성검사만 받아서야 일은 언제 하누? 다 김실장이 온다니까 겸사겸사 결혼 전에 얼굴이나 한번 더 보려구 하는 거지, 뭐 있겠어? 자 이리와…..’



무슨 놈의 적성검사가 언제나 이렇게 섹스로 끝을 맺나 싶었다.







‘허이구,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드만, 벌써 일주일이 이렇게 후딱 가버리나?’



부장이 나를 보고 벌써 고시래를 떤다.



‘이거 적성검사 결과 푠데요, 총무과장님이 전해주라고 하셔서….’



‘음, 잘됐네. 이번에는 뭔 결판이 나도 나겄지, 어디보자..…엥?’



‘왜 그러시는데여?’



‘이게 뭐야? 고객응대 및 상담 부문에 최적임자로 판단됨?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자네 적성검사는 제대로 받았어?’



‘거럼요. 뭐 잘못 됐나여? 난 일이나 해야쥐….돈 워리…. 비 해피……’



난감해 하는 부장의 얼굴이 정말 통쾌하다 못해 고소하기 까지 하다. 어찌 이런 또라이를 데리고 또 골치를 썩나 할 것 이기에…그 사이, 그것도 마지막 남은 혈육이라고 나를 불러 놓으시고 회사 생활에 앞서 하셨던 회장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윤식아! 너와는 배다른 형제지만 네 형은 1 더하기 1은 2라고 밖에 받아들이질 못하는 사람이었다. 다 내가 잘못 키운 탓이지. 그러나, 너는 정말 장하게도 변화무쌍한 세파를 잘도 헤치면서 자라왔구나. 나에게서 절대 도움도 받질 않겠다던 네 엄마의 고집 때문에 너 조차 제대로 보질 못하고 이렇게 커서야 만나게 되니…..큰형의 뒤를 이어서 너라도 이 회사를 짊어져야지 어떻게 하겠니? 전문 경영인도 수두룩 하다만 나는 이제까지 너의 자라온 세월을 하나하나 뒤에서 보고 있었지. 바닥을 알고 있고, 누구에게도 흔들림이 없었던 너를 생각하면 나의 후임자로 아주 적합한 인물이란 판단을 결코 버릴 수가 없다. 결코 어떤 영향에도 흔들림이 없는 너만이, 나중에 가서 중요한 결정을 할 사람은 너 혼자뿐 이라는 그 막중한 책임을 고고히 지켜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이윤창출? 합리적인 경영? 다 그거, 개나발 같은 좇 같은 소리다. 보스가 되려면 우선 사람을 귀히 여겨야 하느니….네가 위에서 군림 하기 전에 네가 누구를 받들어 보아야 그 어려움을 알 것이야. 회사는 제품이 돈을 벌어다 주는 곳이 아니고, 사람이 돈을 벌어다 주는 곳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철저히 또라이가 되어라. 아무도 네가 나의 혈육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도록….회사에 물들지 않고, 내부의 정치나 줄서기에도 상관없는 완벽한 벽창호 또라이… 그렇게 되면 서서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회사의 전체적인 윤곽이 한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야. 왜냐구?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사장을 빼놓고 모두 세뇌 당하고, 한 곳만을 바라보는 최면에 걸려 있으니까. 깨어있는 사람은 너 하나로 족한 것이야. 이렇게 잘 커 주어서 내 마음이 너무 흡족하고 기쁘구나. 잠든 형도 아마 든든해 할 게다……’







‘부장님, 누가 부장님 바꾸라는 데여?’



‘누가?’



‘우리 제품 사신 분인데여…..’



‘근데? 나는 왜?’



‘똥누다가 변기에 빠뜨렸다는데 어떡하냐구 그러길래, 수리해도 냄새는 계속 날거라구 그랬걸랑요?, 양치질 안하고 입냄새 뽕뽕 풍기면서 전화하나, 똥물에 빠지나, 그 냄새가 그 냄새 일 테니 그런 줄 알고 그냥 살으라고 그랬거덩요….’



‘어이구, 내가 미쳐.. 저 화상을 두고 내가 살아야 하나? 얼릉, 전화 바꿔 줘봐!….우씨…’



나는 그런 또라이 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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