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부부란?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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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야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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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부부란?원래 제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기대했던 이상의 격려성 호응을 보내 주신것에 고무되어 "외전"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아무튼 2부에서 어슬프게나마 끝을 내어버렸던 내용을 약 10부작 분량이 될 정도의 이야기로 이어 진행을 시켜볼까 합니다.



원래는 2부에서 끝이나는 짧은 꽁트성 이야기였으나 그것도 나름 괜찮았다 말씀해 주신 분들께는 혹시라도 실망을 안겨드릴까 봐 많이 걱정이 됩니다만 (차라리 3부 이후는 무시를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있을 정도로...) 아무쪼록 또 다른 별개의 시험적 습작으로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기립해 판결 낭독을 기다리는 피고의 심정으로..(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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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근을 했다. 사실 내가 찾아 가질 수 있는 휴가는 이틀 뿐이었었다. 다른 것 보다 지점장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마침 홍콩 단기 출장 중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출근하지 않았어야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해드헌터 에이전시 몇군데에 연락을 취하여 등록을 해두고 나서 그간 미루어졌던 서류들 정리하고 지난 업무 메일들 대략적으로 훑어본 뒤 그것들을 가지고 각 팀별로 그간 진행 되었던 업무 update 브리핑 겸 간단한 미팅을 가지는 것으로 대충 그날 일과를 마쳤다.



해가 아직 중천에 있는 시간 사무실을 나와서는 멀지않은 인근의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계사 사무실 몇군데에 전세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다시 빡빡한 일정으로 움직이니 어쨌거나 살아 있다는 느낌은 돌아 오는 것 같았다.







지난 한 주 텅 빈 머리로 허공을 주시하던 버릇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다시는 은서의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대하고 싶지 않았던지라 이메일로 이혼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그녀에게 보냈다. "계획"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이혼 수속 절차를 시작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은서와 헤어진다...아니 이혼한다는 사실을 아직은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아직도 꿈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나나 아내에게 이혼은 결코 생각해 볼 수 없던, 다른 사람들에게서 거론되는 단어였던만치 너무도 황망하게 어느날 갑자기 예고없이 닥쳐온 현실을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전세를 들기로 결정한 아파트는 작았지만 비교적 깨끗했고 최근 부분적 리모델링을 하여 아파트 내부는 새집 같았다. 몇일 전 인터뷰를 가졌던 동업종 에이전시 중 한곳에서 다음달부터 출근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이사 들어갈 집은 다행히 새로운 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생각보다는 비싼 전세였으나 우리 부부가 살던 이전 아파트 대출금은 더 이상 부담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아내가 그곳에 계속 살고 싶다면 그건 그녀가 부담해야 할 돈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돌아와달란 문자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차례 그녀로부터 매일 들어왔다. 어떨 땐 그냥 "제발" 이란 메시지만 계속 들어오기도 하였다. 똑 같은 내용이 메일로도 거의 동시에 날라왔다. 마지막으로 만나고 두 주가 지나는 동안 난 한번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내가 먼저 지쳤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야기를 해보자는데 동의를 해 주었다. 하지만, 저번과 똑같이 사랑 어쩌니 훼괴망칙한 궤변은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조건 전제였다. 그녀가 진정 내게 하고 싶은, 말장난이 아닌 인간 노은서의 이야기가 뭔지 들어 보아 주겠다는 것이라는 걸 분명히 해두었다.





******





만나기로 한 레스트랑은 꽤나 어두침침했으며 손님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음식이 별로여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때 거기서 그런 사실은 내게 전혀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아마 그녀는 여기가 조용하고 한쪽 구석에 낮은 칸막이로 가려진 부스 테이블들이 있는 이유로 선택했던것 같았다. 그 중 한 테이블에서 그녀가 내가 들어서자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당연한 것이지만 가라앉은 분위기였고 약간은 창백해 보였다. 난 그저 청바지 위 셔츠 차림인데 비해 대조적으로 그녀는 얇은 천으로 된 짙은 회색 정장안에 흰색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부스 안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떻게 지냈냐고 그녀가 물었고 난 그 질문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냉소섞인 나의 웃음에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은서나 나나 둘다 잘 지내는것 아니야? 어쨌거나 뭐 마실래?"



그녀는 레모네이드, 난 맥주를 시켰다.



"자기가 보낸 수십통의 메시지들 전부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였으니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 해봐. 들어줄테니."



그녀는 내 눈빛을 ㅤㅉㅗㅈ아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했다.



"그렇게 sarcastic해지지 말고 내 얘기를 들어 줘 제발..."



난 맥주를 크게 한모금 벌컥 마셨다.



"미안해. 그러지 않기가 쉽지는 않네...그래 어떻게 나 몰래 바람을 피게 되었고 왜 그랬는지 이야기를 해봐."



그녀는 음료수 글라스를 내려다 보다 크게 숨을 한번 몰아 쉬고는 다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정석씨는 사진 촬영 때 첨으로 만났어. 모델이야. 그의 벗은 몸매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난해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말투가 호감을 가지게 했어. 사실, 유머 감각도 남 달랐고..."



그녀는 거기서 잠깐 멈추고 얼굴을 붉히더니 들릴듯 말듯 작은 소리로 미안하다고 웅얼거렸다.



"미안해 하지마," 내가 말했다. "더이상 미안해 할 필요없어..설혹 만에 하나 여태까지는 그랬더라도."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가 곧 계속했다.



"얼마 전 한날 늦게 촬영이 끝나고 스탭들이랑 다들 저녁을 먹자고 하였으나 전부 남아서 더 일을 정리하여야 한다하여 어쩔까 하는데 그가 그럼 간단히 맥주 한잔만 사 달라하여 회사 건너편 호텔 바에서 마셨어....결과적으로는 결국.... 그날 둘이서.. 객실로....."



"올라가서, 그자가 자기를 정신이 나가도록까지 박아 주었던거지. 기술이 장난이 아니었고 엄청난 정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더러 길고도 굵은 그 자식의 좇으로 자기가 나랑은 여태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쾌락에 숨넘어 가는 비명을 질러대었던거고." 내가 이야기를 마쳐 주었다.



그녀의 양쪽 눈가장자리에 눈물이 고였다.



"왠 눈물??? 제발..이봐.." 내가 말했다. "그건 그냥 섹스였어, 아줌마. 내게 말했잖아, 기억해? 환상적인 섹스..책이나 영화에서나 보아왔던 완벽한 섹스..있는 그대로 우리 이야기하자. 그런다하여 이제 더이상 다칠 일은 없어. 그래 그런 이후로는?"



"그 이후 몇차례 만났었어..."



"몇차례? 한 주에 몇차례였다는 이야기지?"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 모든걸 망치기 전까지 얼마동안 계속되어 왔던거야?"



"몇 주 정도..."



"몇 차례, 몇 주," 따라 흉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였다.



"난 정말이지 그것이 우리 결혼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내겐 그랬어. 그러는 중에도 자기에 대한 내 사랑.. 내 감정은 그 사건이 생기기 이전이나 조금도 달라진게 없었어..내가 여태 한번이라도 언제 자기가 내삶에 두번째인 사람이란 느낌을 준적이 있었어?" 그녀가 물었다.



"여태 한번이라도?" 내가 말했다. "몇차례 몇 주 보다는 상당히 긴 기간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네.."



"아니야...아니...오-맙소사." 그녀는 서둘러 반박하며 반은 넋이 나간 여자처럼 시선을 한곳에 가만 두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의 주의를 모으기 위해 그녀의 손을 붙들어 꽉 쥐었다.



"알아, 은서. 델리킷한 거짓말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어. 나 몰래 뒤에서 그짓을 몇년간...최소 2년간 해 왔다는 것 나 알아... 그것도 장생긴 정석이란 친구 하나와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는 숨을 소리나게 들이 마셧다. 난 계속했다.



"은서, 자기가 내게 자신의 성적 문란함은 우리들 사이에, 최소한 자기에게는, 아무런 것도 아니었다고 한 이야기 믿어. 난 자기가 그것을 정말 그렇게 봤다는 사실 믿어. 우리 결혼에 아무런 위협을 보지 못했겠지. 지금까지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기의 나에 대한 애정이 변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말 난 진실로 믿어. 내 품에 파고들어 안기며 정말 너무 늦기 전에 아기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그리 진중하게 할때 자기는 알고 있었어 바로 그 다음날 송년 파티 장소에서 지점장의 양놈좇을 자기 가랑이 사이에 꽂아 박는것을 허락할 것이라는 걸."



그녀의 얼굴은 이제 아예 자줏빛이다. 난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계속했다.



"한날 저녁, 기억해? 넌 그놈의 정액을 가랭이 사이로 줄줄 흘리며 집에 왔어. 간단히 샤워를 하고는 그날 저녁 약속되었던 부부동반 친구들 계모임 약속시간에 가까스로 늦지않게 댈 수 있을 정도로 촉박하게 들어 왔었지."



난 거의 그녀가 불쌍해졌다....거의.



"은서," 내가 다시 이었다. "난 믿어. 나를 향한 자기의 사랑은 줄어든 적이 없다는 것, 자신의 자존심은 여전히 지켜졌다는 것. 그건 아주 쉬웠어. 왜? 자기의 발정난 암캐같은 문란함은 자신이 봤을 때는 아무런 심각한 문제도 아니었으니까!"



나의 갑작스런 고함은 그녀를 흠ㅤㅉㅣㅅ하게 만들었다. 그녀 앞의 글라스가 넘어지고 레모네이드가 그녀의 스커트위로 엎질러 졌다. 내 앞에 있던 내프킨을 건네 주었다.



잠시 후 난 새로이 레모네이드와 맥주를 한잔 씩 주문했다.



"다 좋아" 내가 조용히 이야기를 이었다



"이제 그런 부분은 비교적 명백하게 정리가 되었으니 제켜두고, 자기가 내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뭐야? 내가 집으로 돌아 오기를 원한다는거야? 이 일은 잊어 버리고, 아무것도 아니라 하고. 해서 새로운 모델이든 내 직장 상사든 아님 내 친구든 마음 놓고 만나 뼈와 살이 타는, [원시적이고 동물적이지만 훨훨 날 수] 있게?"



"성우씨,"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그녀가 나직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솔직해지자, 은서. 한번은 내게 솔직해봐 줄 수 없겠니?"



"성우씨, 제발..어쩔수가 없어...내가 자기를 깊이 사랑하는 건...그건 진실이야 성우씨..난 자기 정말 사랑해..언제고 그랬지만."



난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내 검지 손가락 끝이 맥주조끼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렸다.





"근데 그게 있어...내몸안에...."



그녀는 잠시 밀을 멈추고는 밀려드는 당혹스러움에 외면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침침한 홀 내부바닥에 시선을 두었다.



"내몸이 요구하는 것이 있어.. 적나라하고도 강렬한 섹스를 향한 끊임없는 욕구가 항상 있어...아주 심각하게...그건 해소되지않는 갈증과 같아서 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더 원하게 되는것 같아..."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이 열병을 앓는 사람의 눈동자처럼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끙하는 신음을 토하고는 맥주만을 한켠으로 밀어 치웠다.



"자기 알아?...아냐 모르는 것 같아...자신의 말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내가 말해 줄께."



잠깐 숨을 돌리며 내 말이 그녀 머리에 잦아 들기를 기다리며 지켜보다 다시 계속했다.



"나 역시도 가끔씩은, 아니 종종 그런 욕망을 느껴, 알아?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공장 사장 면상을 주먹으로 실컷 쥐어 박고 싶은 충동, 멀쩡히 가다 아무 이유없이 차선을 갑자기 바꿔 들어 가로막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밝게 만드는 차를 앞질러 가로 막아 세우고는 앞 유리창이랑 핸들 앞에 바싹 붙여 있는 여자 머리통을 함께 몽둥이로 바수어 버리고 싶은 충동...난 가끔씩 살인을 저지르고픈 충동도 느껴...최근에는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조차..."



그녀는 움칫 놀라는 듯 했다. 난 계속했다.



"하지만 은서야. 난 그러지 않았고 또 안 그럴거야. 욕구나 충동은 눌러질 수 있고 잠재워 질 수 있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절제라고 하는 것이고, 문명이라고도 하는 것이고 교양....사랑...."



그녀의 눈빛은 내게 그만 하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는 축 쳐져 어깨에 걸려있었다. 그런 모습은 그녀를 훨씬 어리게 보이도록 했다...마치 어린애 같이.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은 앙탈섞인 톤을 띄었다.



"노력해 보지 않은게 아니야. 정말 모든 힘을 다해 싸웠어 내 자신과.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내가 우리 사랑을 보전키 위해서는 그런...그런 섹스에 대한 별도의 해갈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날더러 미쳤냐고 물었지..그건 사실이야! 그래야 내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어..그래야 내가 모든 일에 적절한 발란스를 유지할 수가 있었고, 그래야 내가 자기가 합당히 바랄 수 있는, 늘 남편을 헤아리고 내조하며 사랑하는 그런 아내가 될 수 있었어. 난 자기가 필요해 성우씨. 난 자기의 사랑이 필요하고 난 자기를 사랑하는게 필요해...제발이지 그걸 내게로 부터 빼앗아 가지말아 줘.. 난 죽을거야, 자기....난 죽어 버릴거야!"



난 그녀를 마치 동물원의 희귀동물 바라보듯이 입을 쩍 벌리고 지켜보았다. 난 이 여지와 8년을 같이 살아 왔었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10년이 너머 흐른 뒤에야 이런 이야기를 비로소 내게 하는 것이네, 은서?.. 3년의 연애, 8년의 결혼 생활. 두 사람이 가장 밀착하여 함께 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8년 동안 같이 지낸 후에..."



"....."



"자신과 싸웠다고 그랬지. 그러면서도 결코, 단 한번도 날더러 같이 싸워 달라고,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어. 우리의 사랑을 방패로 하여 막아 달라고...여태 자긴 그런 암시 비슷한 것 조차 단 한번도 내게 준 적이 없어."



"수치심에 도저히.." 시선을 외면하며 그녀가 내 뱉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내 머리와 시야를 에워싸는 것 같았다. 난 눈동자가 따가워질 때 까지 그녀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그녀 둘레로 후광 같은 것이 빛나며 그 빛이 그녀 뒤의 배경을 흐리게 하는 것처럼 내눈에 비쳤다.





아마 의자에서 쓰러져 바닥에 넘어졌던 것 같다. 머리가 엄청 아팠다. 머리 밑으로 뭔가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 배게인가? 손인가? 내 머리 위로 두개의 눈동자가 날 내려다 보았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머릿결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거야,"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괜찮아?"



아내였다. 그녀 뒤로 걱정스레 내려다보는 웨이트레스 한명이 보였다. 정신이 다시 들었다. 아내가 내미는 물잔을 받아 물을 들이켰다.



일어서기 위해 그녀를 밀쳤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가 봐야겠어."



그녀는 내 팔을 붙잡고는 그녀 몸을 내게로 붙였다.



"그러지마 성우씨. 먼저 가지 마. 날 떠나지 말아 줘..난 그 텅빈 아파트에 나 혼자 있을 수가 없어. 자기 없인 그곳에 있을 수가 없어. 안돼."



난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녀를 내게서 떼어내려 하였다.



"텅 비었으면 채우면 되잖아, 창녀야!" 그녀 귀쪽으로 내 머리를 숙이며 쉿소리로 낮게 뱉었다. "니가 필요로 하는 만큼 집구석을 전부 남자 그걸로 채워. 이메일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다시는 혼자서 씹질 안해도 되게."



그녀는 마치 내게 얼굴을 두들겨 맞은 것 처럼 날 쳐다보며 벌어진 입을 딱 벌린 체 있었다.



난 그녀를 옆으로 밀쳤다.



"공급이 원할치 않으면 알려 주라. 몇 몇 떠오르는 자들 있으니..사이즈부터 물어보아야 하나?"





하나님 맙소사...이게 뭡니까...난 그녀가 레스토랑을 뛰쳐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저주했다. 테이블위의 김빠진 맥주만 내려다 보았다.





*****





밤 늦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술의 도움을 받아 깊게 든 잠으로부터 힘들게 깨어나며 받으니 은서 친구 정혜였다.





"성우씨?"



"예" 비슷한 소리를 앓듯 뱉어낸 것 같았다.



"은서 지금 병원에 있어요... 손목을 그었대요...손목이 엉망이긴 하지만 의사말이 다행히 괜찮데요. ...성우씨만 찾고 있어서..."



제길, 잠이 확실히 깼다.



"...무슨.." 난 더듬거리며 침대서 일어났다.



"어느 병원에 있어요?"



병원이름을 받고는 옷을 꿰었다. 이십분 후 난 소독약 냄세 진동을 하는 스산한 응급실 출입구 쪽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너무도 작고 종잇장처럼 하얗게 보였다. 링거가 꽂혀 그녀 정맥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결코 친숙해 질 수 없는 병원의 냄세에 둘러싸진 체.



정혜도 같이 있었다. 내게 고개를 까딱하며 눈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어느정도 완화시켜 줄 정도의 살짝 과체중으로 통통한 체격의 두 아이 엄마였다.



침대옆에 걸치고 앉으며 은서의 감긴 눈을 내려다 보았다. 눈 주변으로 약간 푸르스름해 보이는 그늘이 져 보였다. 연약해 보임과 동시에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떳다. 핏기 가신 입술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진다.



"성우씨," 그녀가 속삭였다. "와 주었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마치 고양이처럼 그녀는 자신의 뺨을 내손바닥에 밀어 부치며 맞비볐다. 난 그녀가 왜 미소를 짓는지 알고 있었다. 왜 자신의 손목에 칼을 댄지도. 그 사실은 내 가슴위에 놓인 들어올릴 수 없는 역기와 같은 중압감으로 날 짓눌렀다.



"쉬--," 내가 말했다. "말 하지마. 그냥 빨리 회복되도록 해."





난 일어섰다.



"있어 줘," 그녀가 말했다. "제발 있어 줘."



내눈과 정혜의 눈이 마주쳤다.



"그럴 수가 없어," 내가 말했다. "잘 좀 돌봐 주세요. 난 가봐야겠으니."



그리고는 도망쳐 나오듯 빠져 나왔다.



밖에는 어느새 처척거리며 비가 내렸다. 아주 이른 새벽이라 아직 어둠이 걷힐려면 좀 더 기다려야 했지만 이미 도시는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자동차들이 고인 빗물을 옆으로 튕기며 달렸고 거리 구석 구석에서는 보일러 수증기 같은 것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병원 정문 근처에 보이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았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커피맛은 끔찍했다.



(니미럴,) 속으로 내 뱉었다. (무엇에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는 것인가? 자신의 생명을 가지고 내게 으름짱을 놓는 것 아니고 뭔가. 여태 난 어디에서 누구랑 같이 살아 왔었던건지..사랑이라고 지가 말했지..이게 사랑이면 증오란 단어가 왜 필요한데?)



난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실제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닳지 못했었다.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유일한 청중은 약간 우스꽝스러 보이는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편의점 계산대의 여자점원 뿐이었다. 그녀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 분홍빛 립스틱을 바른 그녀의 입술을 당겨 베시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멍청하게 실쭉 미소를 지워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제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을 가진듯 보였다.



*****







일주일이 지나자 음성, 문자 메시지들이 다시 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먼저 직장에 사표를 제출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약간은 낯선 환경, 새로운 업무 등으로 근무시간 중에는 다른일에 정신이 팔릴 겨를이 없었다. 스스로 일부러라도 일에 매달려 다른 것들을 잊어 보려 노력을 하였으나 내면으로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유로워지게 되면 직감적으로 냄세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았다. 마치 전부들 나를 얼른 발가벗겨 못잡아 ㅤㅁㅓㄲ어 안달을 하듯 노골적인 암시를 던져 왔고 그 수는 한 두명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친숙해지기 위한 애교섞인 노력 정도인 줄 이해했으나 정말 그들이 나에게 일반적인 관심 이상을 가지고 접근해 온다는 것을 깨닳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시절 난 여자들의 집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해서인지라 나의 어떤점이 그들을 저리 용감하게 하는지 스스로도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직장에서는 매주 금요일 퇴근 후에는 인근 펍에서 모여 한잔씩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처음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것에는 난 정중히 사양을 했었다. 두번째 주에는 할 수 없이 참석을 했다.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니 좋았다. 특히나 정감어린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되니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급하게 많이 마셨던 것 같다. 그리하는 것이 나의 현재 불행에서 좀 더 편안한 세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지난 한달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온더록으로 마시던 버본잔이 비어 다시 주문을 하려 약간 기우뚱하며 일어서 바텐쪽으로 가려할 때 까무잡잡한 피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admin 부서의 여직원이 나와 등을 지고 건너편 테이블에서 다른 동료들과 어울려 앉아 있다가 손을 뻗어 내 셔츠 소매자락을 잡으며 제지했다.



"맥주 마셔요, 이사님," 그녀가 고개를 돌려 빠져들듯 깊은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낮지 않은 볼륨의 음악 사이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참에 저도 한잔 더 가져다 주시면 감사하구요."







어떻게 하다보니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만 펍에서 그곳에 당도했을 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누구랑 어찌하고 맥주를 얼마나 더 마셨는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았다. 친구랑 둘이 같이 사는데 그녀는 오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던것 같다. 우린 아파트에 들어서자 곧 섹스를 했었고 만취상태였지만 꽤나 좋았던것 같다는 느낌만 남았다. 그녀 입장에서는 형편없는 섹스였음이 틀림 없었겠지만 내색을 비치지는 않았다.



그녀의 낯선 향기, 낯선 눈동자, 낯선 반응에 자극을 받아 만취상태였지만 사정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평소 아내와라면 그 정도의 술을 마시고는 아내가 무슨짓을 해도 사정까지 이르기가 불가능해 거의 중간에 포기를 하였던터였다.



엉성하고 단조로운 섹스 후 그녀의 작은 침대에 둘이 누워 그제서야 방을 자세히 둘러 보았다. 노란색과 레이스를 무지 좋아하는 아가씨 같았다. 방안의 모든 것이 다양한 톤의 노란색 일색이었고 커튼 뿐 아니라 배개도 침대 커버도 모두가 레이스 장식이다. 그런것들이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 보였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니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고 마땅한 호칭도 생각이 나지않아 어색한 침묵을 지키며 천정만 쳐다보며 벌거벗은 체 누워 있자니 그녀가 옆으로 몸을 돌려 누우며 팔로 내 가슴을 감싸 안았다. 내 왼편 겨드랑이에 머리를 묻은 그녀가 눈만 위로 움직여 내 턱을 쳐다 본다.



"고마워.." 적절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엄청 다운되어 있는 남자를 어떻게하면 어루만져 주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녀의 적갈색 유두 둘레를 천천히 원을 그리듯 손 끝으로 어루만졌다. 그녀가 소리내어 웃었다.



"여직원들이 이사님을 gloomy handsome이라고 부르는 것 아세요?" 그녀가 말했다. "처음 뵈었을 때 참 좋은 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 오른쪽 손을 찾아 쥐더니 가져가 그녀의 가슴에다 얹고는 자신의 손으로 지긋이 눌렀다. 비교적 자그마한 편인 그녀의 가슴에 비해 발기한 그녀의 유두는 엄청 길고 컸다. 나는 그녀를 향해 옆으로 마주보고 누우며 고개를 아래로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입술이 닿기 전에 그녀의 빨갛고 조그마한 혀가 먼저 마중을 나왔다. 그녀 입에선 맥주 냄세를 맡을 수 없었다. 아마 내게선 술내음이 지독했을 것이지만 그녀는 눈을 살포시 내려깐 체 내 입속을 그녀의 혀 끝으로 더듬어 탐색하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쌕쌕 거리며 내 코 옆으로 맞붙은 그녀의 조그만 콧구멍으로 가쁜 숨을 쉬는 까무잡잡한 자그마한 얼굴이 비록 너무 근접해 있어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귀엽기 그지 없었다. 20대 중반은 넘었을 법 한 여자를 귀엽다고 하면 좀 그렇겠지만 그녀의 말랑말랑하고 미끌한 혀를 내 혓바닥위로 감싸올려서 빨고 있던 그 와중에는 어쨌던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의 집에서 아침을 맞을 생각은 없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하면서도 안겨오는 그녀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 우선 당장의 키스에 몰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키스의 달인을 만난것 같았다. 아예 내 입속에서 그녀 혀로 종이학은 접고 있었다. 난 그저 소극적으로 내 혀를 그녀가 하자는대로 따라 움직여 줄 뿐이었다. 계속 삼켜도 점점 입안에 모여 넘쳐나는 두 사람의 타액량으로 가끔씩 민망스런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지만 그녀는 전혀 개념치 않았다. 족히 십여분 너머 한 자세로 마주 누워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키스를 지속한것 같았다. 이젠 혀뿌리가 얼얼해왔다. 서로 뱉고 마시는 호흡 조차 어느 호흡이 누구것인지도 헷갈리게 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녀와의 키스만으로 사정 한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나의 물건이 다시 발기가 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최근 수년 들어서는 처음이었다. 서로 비빌만큼 맞비벼진 입술도 조금씩 얼얼해져왔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그 쯤에서 중단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아예 한술 더 떠 고양이에게서나 나올것 같은 비음을 내며 내 목을 두팔로 감아 당기더니 바로 누우며 내 상체를 자기 가슴위로 엉거주츰 포개어지게 했다. 발기한 내 물건이 그녀 바깥 허벅지에 의해 아랫쪽으로 눌러져 아팠던 바람에 엉덩이를 들어 아랫도리를 아예 그녀 다리 사이에 심으며 제대로 정상위 체위를 잡았다.





이야기하면 설마라고 하며 비실 비실 웃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8년 전 결혼 후 아내 이외는 처음인 여자였다. 최소한 내쪽에서는 은서와의 부부생활은 내가 가진 모든 성적 창의력 및 정력을 충족 시켜주고도 남았었다. 아내는 "할 줄 아는" 여자였다. 난 내가 그녀에게 첫남자였기를 바라지 않았었고 대학 2학년때 우리가 처음 만나기 이전의 그녀의 이성 관계에 대해서는 여태 농담으로라도 단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간혹 섹시한 여자들을 보고 성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거나 내 성 호르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겠지만 난 내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섹스의 화신인 아내를 가졌던터라 아내만 해도 소위 내코가 석자였던 것일 뿐이었다.



다시 발기해 일어나던 것이 은서를 잠시 떠올리는 중 갑자기 중도에서 힘을 잃어 버렸다. 죄의식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그녀가 마침내 혀를 거두고 입술을 떼고는 나를 예의 그 빨려들것 같은 눈으로 가만히 쳐다 보았다. 무얼 읽어내고 싶은 것일까?



"피곤하신가 봐요."



물론 내 발기가 완성도 되기전에 죽어 바린걸 아랫도리를 서로 맞대고 있던 그녀도 안다. 그래서 그런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다.



"침대가 작아서 불편하실텐데...우리 바닥에서 잘까요?"



"아니야..가 봐야지..처녀의 집에서 남자가 밤을 보낸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 하진 않잖아?." 몸을 일으켜 앉아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미안한데.. 거기 이름을 떠올리질 못하겠어.." 입사한지 아직 한 달도 안된 신임 구매 담당 이사가 100여명의 직원들 모두, 그것도 총무 파트의 여직원 이름까지 어찌 벌써 다 익혔을 수 있겠나 싶지만 미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피씨..." 가식이라는게 뚜렸하도록 애교 섞인 표정으로 삐친 듯 입을 내 밀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한제희 거든요." 그녀가 다시 고개를 바로하며 말했다.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다시 키스를 했다. 입술이 닿자 곧이어 다시 그녀의 입이 살짝 열리며 혀가 나왔지만 입술로 그녀 혀 끝을 한번 소리 나게 빨아 당겼다 놓으며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텅 빈 아파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실 전화기 램프의 빨간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음성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는 표시이다. 샤워를 하고는 책을 한권 골라 거실 의자에 깊숙히 파묻히듯 앉았다. 몇 분 되지 않아 책은 내 손에서 미끌어져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파고드는 햇살에 눈을 떴다. 햇ㅤㅂㅕㅊ은 바로 내 얼굴위로 내려 쬐고 있었다. 지난밤 침대를 대신했던 의자에서 빠져 나오는데 온 몸이 뻑적지근하였다. 상쾌함이란 육체나 정신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커피.



신문.



아파트 단지 옆 산책로를 따라 조깅? 아...아니야.



식료품 구입.



점심.



공허감.



전화벨 소리.





"아닙니다 정혜씨."



"옆에 있어주어서 고맙네요"



"그래도 고마운건 고마운거죠."



"이젠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아뇨. 그러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뇨, 정혜씨."



"아뇨."



통화 끝.



침묵. 더 계속되는 침묵.



전화번호. 어디다 넣었었지?...



아.. 여기 있다.



"제희? 나야 이성우."



"영화 보러 갈려나 해서."



"아..그렇구나.. 그래. 그럼 다음번에."



"그래. 안녕."



침묵.



음악.. 시끄러운 음악.



화난 이웃.



이윽고 월요일이 도달했다. 맥주를 말통으로 지고 지루한 TV 재방송을 돌리며 월요일은 그렇게 힘들게 늙은 소가 밭고랑을 일구듯 왔다. 회사에서 제희는 다시 많은 동료 직원들 중 한명으로 되돌아 갔다. 월요 미팅이다. 주말 내내 사라졌던 아드레날린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날 저녁 퇴근하여 집에 도착 후 얼마 있지 않아 현관 벨이 울렸다. 정혜였다. 짜증스러움이 묻어있는 얼굴로 문을 연 체 도어를 잡고 있는 내 표정을 읽었을것이다. "알아요 성우씨. 쉬시는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지 않아요?"



일단 그녀를 들어오게 하고는 무얼 마실건지 물었다. 쥬스를 따라 주고는 난 맥주캔을 꺼내어 땄다.



"걘 성우씨를 사랑해요." 정혜가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욱하여 난 바로 언성을 높였다.



"알어! 안다고! 젠장. 이봐 정혜씨, 그 단어 이제 한번만 더 들으면 뱃속에것 다 올라올 것 같으니 제발..좀. 그녀가 날 사랑한다! 그녀가 날 사랑을 해요! 저 선생님 죄송하지만 제 아내가 제게 "사랑"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니 선생님의 그 굵은 물건을 제 마누라 입에서 좀 빼내어 주시면 안 되겠는지요??"



정혜는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난폭한 폭발에 한대 맞은것 마냥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미안해요 정혜씨.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그쪽 잘못이 아닌데.."



그녀가 어깨를 추키며 말했다. "뭐...틀린 이야기 한 건 아니잖아요..나도 이런 상황은 난생 처음 접해 봐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에요... 그 화냥년은 당신을 사랑해요"



난 맥주 한 깡통 반을 비웠다.



"니미럴...정혜씨, 어디가서 뭐 좀 먹을까요? 아니면 어디 음악이 나오는데도 좋고."



그녀가 씩 웃었다. "좋죠....그래요."



우리는 집근처 불닭집으로 가서 정말 입안에 불이 날 것 같은 치킨을 차가운 맥주로 씻어 내리며 마주앉아 ㅤㅁㅓㄲ었다. 정혜는 은서를 만나기 시작한 때 부터 알고 지내왔었다. 둘은 절친한 단짝친구였고 그들의 우정은 두 사람의 결혼을 거치면서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둘은 한번도 정혜의 신랑과는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모 사립대학병원 임상병리학과 교수란 것만 알았지 여태 일면식도 없었다.



난 정혜가 싫지 않았다. 진작부터 난 그녀가 레즈비안임을 알고 있었다. 은서와의 사이도 단순한 친구 이상일 수도 있음을 난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했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 적이 없었고 그녀 쪽에서도 내게 은서에 대한 질투를 갖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난 그녀의 직설적인 성격을 좋아했고 그녀의 유머감각을 높이 샀다. 그날 우리는 나름 의미있는 좋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 마지막은 결국 생전 처음 가보는 성전환 게이들이 득실대는 바에서였고 그곳 대부분의 하리수 동류들은 정혜와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새벽 두시경이 되자 바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우리는 몇 안 남은 마지막 손님들 중 둘이었다.



"성우씨 알아요?" 정혜가 꼬부라진 혀로 말했다,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성우씨는 은서 인생에 최고의 선물이었던거? 그런면에서는 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나는 담배 연기와 알코홀의 혼미 너머로 그녀를 바라다 보았다.



"정혜씨에게도?"



"그래요..왜냐면...." 그녀의 혀가 계속 꼬였다. "첨 몇년동안은 지년 자신과의 싸움에 내가 끼어들어 거들어 주는것을 싫다하지 않았걸렁.."



난 그녀를 멍하니 쳐다봤다. 술에 취한 내 뇌가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닳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랬구나, 근데 그녀가 내겐 한번도 헬프를 청하지 않은 그 싸움에서 정혜씨가 손을 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데?"



그녀는 한숨을 내 쉬었다.



"내 생각엔 그년 속내로는 절대 내가 이기는 걸 바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성우씨. 난 걔를 열두살때 부터 알고 지내왔어요. 은서는 지가 원하는 것은 항상 가졌었죠. 걔의 욕심은 한이 없었던것 같애..걘 한번도 지가 원하는 물건이나 사람을 놓고 다퉈야 할 필요가 없었고, 한번도 원하는 무엇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었죠. 더럽도록 버르장머리 없이 키워진 부잣집 외동딸이었으니."



그녀 말이 맞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우리가 결혼을 하고서 둘의 월급을 가지고 이것 저것 재어 보고 망설이고 아껴 저축하고 하여야 했던 것이 은서로서는 전혀 익숙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그녀 명의로 거금의 신탁 펀드를 들어 두었지만 난 우리 결혼 살림에 그녀가 그 돈을 단돈 만원도 빼 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의 그러함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내 뜻을 따랐고 뭘 하나 사기 위해서는 돈을 모으고, 할인 행사 같은 것은 놓치지 않으려 하며 살아왔었다.



내 경우에는 그런 것은 자연스레 몸에 베인 습관이다. 그녀 경우에는 그 모든 것이 상당히 낯선 마치 먼 이국 땅에서의 삶 같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따라 주었고 난 항상 우리의 절제된 경제 생활이, 그리하여 무언가를 벌었거나 결국 살 수 있었을 때 그것이 내게 그러하듯 그녀에게도 같은 기쁨을 주는 것이라 믿었다.



어쩔 수 없는 로맨티스트였던 나 아닌가.











바에서 나와 그녀집이 있는 방배동 어귀에서 택시를 내린 우리는 텅 빈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 도시는 다가오는 휴가 시즌을 준비하는 듯 하다. 이른 새벽인데도 공기는 후덥지근하여 천천히 걷는데도 땀이 맺혔다.



정혜는 내게 그들의 십대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듣기에는 꽤나 난하게 보냈던것 같았다.



이윽고 언덕을 걸어올라 빌라인 그녀 집 어귀까지 다달았다.



"성우씨 오늘 고마웠어요...이런게 내겐 필요했었거던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우." 웃음을 짓는다는게 얼굴 근육이 이상하게 망가져 버렸다. 그녀가 오른 손을 내미는 것을 왼손으로 마주 잡아 쥐고는 오른 손을 뻗어 그녀 등을 가볍게 두어번 감싸듯 토닥거려 주고는 떨어져 뒷걸음을 두어발짝 떼었다. 그녀가 손을 살짝 들고는 인사한 뒤 돌아서 집 쪽으로 종종 걸음을 하였다.



다리에 힘을 주어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며 오늘 밤 일을 생각해 보자 그래도 정혜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슴 속 응어리를 어쨌거나 많이 풀어낸 것 같았다. 최소한 이 시원함이 몇시간은 갈 것이다.



*****





이어지는 밤낮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애써 떨쳐버리고 싶지 않아하면서도 아내 은서를 떠올릴 수 있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 짐승처럼 교미를 하며 원시적, 동물적 섹스의 욕구에 울부짖던 그녀의 기억만 여태까지 있던 자리에 조금씩 옛날의 좋았던 추억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추억의 반추를 하지 않을 때는 그저 텅 빈 머릿속일 뿐이었다.



스스로도 놀랐지만 난 사실인즉 그녀를 보고싶어 하고 있었다. 그런 감정은 나 자신을 당혹스럽게 했고 떨쳐 버릴려 노력해 보았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완벽한 핑계거리를 찾았다. 아파트에 아직 상당수의 내 개인 물건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뭐 당장 필요로 하는 것들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그것들은 내 것이고 내겐 나름 많은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었다. 해서 나는 예전 아파트 앞에 주차를 하고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안도를 하기까지 했다. 공식적으로 난 내 사물들을 가지러 들른 것 뿐이었다. 그렇지 않나?



난 아직 아파트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속속들이 낯익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처음 이 아파트를 사고 이사와서 첫해 수차례 아내와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며 그새를 참지못해 벌렸던 패팅들을 떠올렸다. 두어번은 팬티를 옆으로 제키고 삽입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는 아내나 나나 교미기에 접어든 짐승들 처럼 시간과 장소의 구애는 단지 또 다른 스릴일 뿐이었다...옛집으로 다가 갈수록 복도 군대 군데 어디 하나 추억과 연관 안되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았다.



현관에 가까이 다다르자 음악 소리가 들렸다. 둔탁한 비트에 흑인 랩 특유의 단조롭고 중복되는 모노톤의 힙합 이었다. 그 소리가 우리 아파트에서 들려 온다는 것이 나를 놀라고 일면 긴장되게 했다. 이건 전혀 은서가 좋아하거나 또는 안 좋아해도 참고 듣고 있을 음악이 아니었다. 그뿐 아니라 어찌 이리 볼륨을 높여 틀어 놓았단 말인가?



이 마지막 의문은 현관 도어에 다달었을때 풀렸다. 현관 문이 삐줌히 열려 있어 음악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바깥으로 흘러 나왔던 것이다. 난 문을 당겨 열고는 현관문을 지나 거실 쪽으로 몸을 돌려 들어섰다. 그리고는 그자리에 얼어 붙었다.



거실 가운데는 은서가 무릎을 꿇고 전라로 앉아 있었다. 그녀 앞에 아랫도리만 벗은 체 서 있는 갓 10대 후반 아니면 많아야 20 초반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청년의 손이 그녀의 머릿채를 뒤통수에서 부드럽게 감싸듯 감아쥐자 그녀는 신체 덩치에 비해 놀랍도록 길고 굵은 녀석의 성날대로 성난 검붉은 성기를 자신의 입안 목구멍 깊숙히 세 단계에 나눠 꾸역 꾸역 밀어 넣었다. 그녀의 목구멍이 귀두로 짓눌리자 녀석의 좇을 가득 문 체 헛구역질을 두차례 연이어 하다 결국 못 참겠던지 고개를 뒤로 빼며 물었던 좇을 "끄-왁" 소리와 함께 입밖으로 다시 뱉어내었다. 타액과 위액으로 코팅된 청년의 좇은 터질듯한 발기로, 그녀의 입에서 자유로워지자 바로 스프링처럼 튕기며 녀석의 아랫배를 때리고는 천정을 향해 끄덕인다. 심한 헛구역질로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은 곧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고 그녀 식도 깊숙이로부터 넘어 온 점액들이 마치 녹아내리는 물엿처럼 그녀의 입과 턱 아래로 흘러내리며 매달려 있었다.은서의 가쁘게 헐떡이는 벌어진 입은 좀 전까지 그녀의 식도를 밀고 들어가던 청년의 성기와 대략 한자 이상은 떨어져 있었건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점액질 타액은 고무줄 처럼 차렁 치렁 남자의 성기에서 그녀의 입주변 뺨까지 이어져 축 늘어진체 흔들거리고 있었다. 개들이 거품을 물다 보면 침이 주둥이 아래로 출렁대며 매달려 있는 것은 본적이 있었으나 눈앞에 벌어지고있는 장면은 누가 봐도 가히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놈이 다시 그녀 뒤통수를 잡고 재촉하듯 살짝 힘을 주는것 같자 그녀는 주저 없이 다시 점액 범벅이 된 그녀 팔뚝만한 녀석의 물건을 양손으로 모아 잡고는 입을 한껏 벌려 마치 뱀이 쥐를 삼키듯 다시 머금었갔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헛구역질 없이 다시 한번 목구멍 깊숙히 쑤셔 넣었다. 놀랍게도 그 길이가 다 들어가고 그녀의 코는 남자 아이의 음모에 파묻혀 문질러졌다. 이어 그녀가 천천히 머리를 움직여 피스톤 운동을 조금씩 시작하자 그녀의 식도에서 넘어온 점액질 타액들은 치렁치렁 매달려 흔들리다가 그 중 몇가닥은 그녀의 뺨과 흘러내린 머리칼, 목에 들러 붙었다. 그녀의 오른손은 남자의 기둥 뿌리를 잡고 조으듯 링을 만들며 그 위로 자신의 입술을 내려 찍어 비벼 대었다. 다른 손은 녀석의 음낭을 한참동안 쓰다듬다가 점점 뒷쪽으로 이동하더니 이젠 녀석의 항문 근처를 간지르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청년의 머리는 어깨에서 뒤로 떨어져 제켜지며 오만상을 찡그리고 신음을 내지르는것 같았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심장은 틀어놓은 음악 베이스와 드럼 비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박동을 쳤다. 은서는 아예 기계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보였다. 완벽한 리듬으로 앞에 있는 남자의 기둥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던져 갔다.



얼핏 보이건데 그녀의 손목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다.



음악소리 이외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고문을 당하는 녀석은 뭐라고 계속 지껄이며 그녀를 독려하고 있었다.



난 가까스로 현관 도어 쪽으로 다시 돌아서서는 위속에 있던 것을 송두리째 타일 바닥에 올려 버렸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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