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惡魔)의 유혹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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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야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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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템포 쉬며-
예전 몇편을 끄적끄적대며 되도 않한 글들을 올려보기도 했었지만, 많은 시간이 지금까지 글이 남아있을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아이디와 비번을 메일로 찾아 다시 들어와 보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 어설프기는 한결같네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전문적으로 글 써본적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트랜스나 트랜스 성향을 가진 분들을
키보드 몇번 두드린걸로 비하하거나 폄하하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예전 함께 지낸적 있는 나의 그녀에게
서 들은 이런저런 얘기들을 살 붙여가며 써보는것이 전부입니다.
제 스스로도 판단은 하겠지만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심한 욕들은 하지 말아주세요. 쓰다보면 아~ 이건 아니구나
싶으면 자진 삭제하는 양심은 있습니다. -설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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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惡魔)의 유혹>- 1부


윤선호 다이어리 1.


1

전화벨이 울린것은 어두워지기 시작한 저녁무렵에 1층 사무실에서 건물관리자와 새로 들어오는 2층 세입자와의
거래내용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유산으로 남겨졌던 허름하고 낡은 5층 건물을 완전 리모델링 하여 새단장을 한 건물이다.
1층은 점포가 세개. 각층마다 가게가 두개씩인 건물은 이제 제법 이 근처에서는 목 좋은 건물로 통한다.
1층의 편의점과 스포츠용품 대리점 그리고 3층의 레스토랑은 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집도 따로 얻어 살다가 5층 전체를 집으로 꾸며 들어온지도 5년이 되어간다.
[윤선호씨 되십니까? 혹시 강상철씨라고 아시죠?]
녀석을 마지막으로 본게 의료(醫療) 비리로 자격박탈에 병원에서 쫓겨났을 무렵이었으니 벌써 3년여가 되어간다.
무슨 불법적인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막은 알수 없었지만, 의사자격까지 박탈 당할 정도면 그리 간
단한 문제는 아니었던듯 하다.
몇 안되는 친구녀석들중 그래도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로 있던 놈이 하루 아침에 패가망신(敗家亡身) 한듯 한
몰골로 술자리에 나타나 나도 적잖이 놀랐었다.
결혼식장에서 딱 한번 봤던 녀석의 재수씨 얘기가 나왔을때는 약간의 미소만을 흘린 채 대답을 회피했다.
잘나가는 직업에 동창들의 부러움을 살만큼 미인과의 결혼까지 우리들의 로망이었던 녀석의 그날 모습이 화무
십일홍처럼 우리들을 허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몇병이나 주거니 받거니 했었던지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녀석의 뒷모습에서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쩌나
하고 한참을 바라봤었는데 가끔 쇠주 생각나면 전화하마 하고 손을 흔들던 녀석이 3년 만에 그것도 타인을 통한
소식을 전해왔다.
[여기 한라종합병원 응급실입니다. 전 관할 경찰서 전광식 경장이구요. 강상철씨가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큰 중
상이십니다. 연락처라고는 윤선호씨 번호 뿐이어서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

살아가면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병원 오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특히나 응급실의 풍경은
와 닿는 느낌자체가 사람을 편하게 하는곳은 결코 아니었다.
[이미 운명하셨습니다. 유감입니다.]
날 기다리던 담당경찰이 말했다. 삶과 죽음이 이토록 쉽게 결정이 나는것인가.
경찰과 의사의 말 한마디에 상철이는 그렇게 연락을 전했고 죽음을 전했다.
신원 확인을 위해 따라간 곳에서 흰천으로 덮여있는 상철을 본다. 담당자가 천을 젖히자 내가 알고 있는 상철의
모습보다 더 야윈 녀석이 평온하게 누워 있다.
3년만에 나타난 녀석은 헤어질때의 뒷모습보다 더 처량한 모습으로 날 쳐다보게 하고 있다.
내 곁을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남겨지는 내게 말 한마디도 못하고 떠나버리게 되는건지 난 이해를
못한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둘도 없는 친구사이는 아니었어도 녀석의 갑작스런 소식과 죽음은 또 다시 날 슬프게 한다.
##

연락되는 가족이라도 찾을겸 난 녀석의 주소지를 확인하고 황급히 병원을 나섰다.
상철이의 부고(訃告)도 알려야 하고 장례라도 치룰려면 일단은 누구에게라도 알려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찾은 곳은 허름한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퀘퀘한 냄새가 복도부터 코를 자극한다.
작동하지 않는 초인종을 확인하고 몇차례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상철이의 소지품에서 꺼내온 열쇠들 중에 들어맞는 키를 찾아 현관문을 연다. 집 열쇠 치고는 꽤 많이 고리에 걸려
있어서 몇번 허탕을 친 후에야 열수 있었다. 묘한 냄새가 코를 덮쳐왔다. 얼굴을 찡그리게 할 만큼 불쾌한 냄새였
다.
손으로 코를 가리며 안을 들여다 본다.
어두운 실내는 어렴풋이 사물을 분간하게 할 뿐이었다. 낯선 상황이라 난 더듬듯 스위치를 찾아 벽을 더듬었다.
스위치가 있을법한 위치로 가 어렵게 실내등을 밝혔다. 그러나, 훤해진 실내등 아래의 풍경에 난 그대로 엉덩방아
를 찧듯 뒤로 넘어져 버렸다. 벌어진 입도 다물지 못하고 한곳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질 못한다.
눈부신 나신(身).
가구 하나 없는 아니, 이곳이 집일까하는 의심마저 들게 할 만큼 방과 방을 구분하는 벽 뿐인 실내에는 조그마한
물건하나 찾을수 없다. 다만, 현관을 등진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나신(身)은 텅 빈 실내가 고마울 정도로 아름답
고 돋보이는 몸이 아닐수 없었다.
엉거주춤 일어나던 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천천히 다가가면서도 내 눈에는 하얀 피부에만 못 박혀 있다. 불룩해 지는 바지 앞은 진정해 보려 해도 더욱 힘이
들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양 손목에 둘려진 검은색 가죽띠가 눈에 들어온다. 가죽띠에 연결된 은색의 쇠사슬이 벽
에 박힌 고리에 연결되어 있다.
갇힌 채 묶여 있는 것일까. 흐트러진 긴 머리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한 미인일거라고 얼굴 윤곽만
으로도 짐작 할수 있었다.
왜 그녀는 이곳에 묶여 있는걸까. 상철이는 대체 2년만에 나타나 나에게 혼란스러운 소식들을 전하고 있는걸까.
녀석이 무슨 짓을 한건가. 무슨 짓을 해온건가. 도무지 이 상황을 납득할수가 없어서 난 그녀를 내려다보며 여러가
지 생각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감금의 목적인지는 몰라도 구석에 놓인 간이변기에는 약간의 대변(大便)과 오줌이 눈에 들왔다. 들어올때부터 불
쾌하게 느껴졌던 냄새의 원인은 저거였던 모양이다.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는 생수통과 일회용 도시락들도 깨끗하게 비워진 채 뒹굴고 있다.
그러다 문득, 환해진 불빛때문인지 아니면 인기척을 느껴서인지 그녀의 몸이 율동하듯 움직여졌다. 흠칫 놀라며
난 살짝 허리를 숙이며 그녀를 살폈다.
[으음......무....물.... 물............]
신음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난 쏜살같이 뒹구는 빈 생수병을 하나 들고 수도꼭지만 덩그라니 드러나 있는 주방으로
달려가 물을 받았다.
얼마나 사용을 안 했는지 한동안 붉은색의 물이 흘러나와 꿈틀대는 그녀와 물줄기를 번갈아 쳐다보며 조바심을
냈다. 한참만에 나오는 깨끗한 물을 받아 그녀에게 달려간다.
망설임보다 물을 애타게 찾는 그녀의 신음에 그녀의 머리를 일으켜 내 몸에 기대게 했다. 탱글거리는 가슴과 분홍
빛 젖꼭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많은 여자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이쁜 가슴이라는 생각이 왜 주책
없이 드는지 한심스러웠다.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을 살짝 치우자 나타난 모습도 다시 내 가슴을 뛰게 할 정도였다. 아름답다던가 귀엽다던가
하는 표현은 그저 흔하디 흔한 말같이 느껴지는........ 그저 얼굴만 보면 안아주고 싶은............
난 병을 그녀의 입에 가져다대자 차가운 물을 느꼈는지 퍼뜩하고 정신을 차린다. 내게 안겨 목마른 아기가 젖을
빨듯 허겁지겁 물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에 다시 애처로움을 느꼈다.
그녀를 향한 두근거림과 애처로움은 내가 무언가를 다시 보게 되었을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

좆, 자지... 남자의 생식기...
그렇다. 남자의 상징인 그것이 다시 쓰러져 잠을 자듯 누워버린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버젓이 달려있다는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보다 완벽한 몸매가 어디있으며 이보다 아름답고 귀여운 얼굴이 어디있을까 싶을만큼 날 가슴뛰게 했던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2

[개새끼!.....................또라이 같은 새끼!................이런 미친 개새끼를 봤나....................]
내가 이곳을 찾을걸 알고 있었다는듯이 한쪽에 놓여있던 편지를 읽은 난 일그러진 얼굴로 편지지를 구기며 허공
에 욕을 해댔다.
"윤선호 앞-" 이라고 써져 있는 편지봉투의 내용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에 난 치를 떨었다.
##

녀석은 병원에서 쫓겨나고 의사자격박탈을 당한 것이 무척 억울했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 일을 저지른걸까.
난 왜 그날 술자리에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었던걸까.
"신촌 보람성형외과 원장 자택 화재로 일가족 전원 사망"
3년전 신문에서 오려둔 기사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었다. 나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사건 하나.
그 화재 사고로 죽은 사람들이 녀석이 다니던 병원의 원장집이었다니 난 숨이 멎을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좆같은 짓을.............]
녀석은 자신이 한짓임을 시인하고 있었다. 단지, 신문기사와는 다른점이 있다고 나에게 알려준다.

-그때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아직 모르겟다.
가족들 모두를 마취시킨 후 원장 집을 불태우면서 더욱 잔인한 생각에 정신차릴 틈도 없이 막내아들 하나를 차
트렁크에 때려 실어버렸어.
다음날 신문기사를 읽고 방화가 들키지 않은 걸 확인하자 난 더욱 무섭게 변하더군.
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원장의 막내아들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 내가 알고 있는 의학지식을 모조리 발휘
하여 이미 죽어버린 원장에게 자신의 아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내려다 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었지.
한달...두달...1년...2년...
시간이 흐르며 두가지가 늘더군.
구하기 힘든 약품이나 재료들을 산다고 빌리는 돈으로 인해 빚이 늘었고 차츰 변해가는 그 아이를 보며 원래 그런
성향(性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가 아닌 그녀로 사랑하게 되더군.
내 복수에 희생되면서 항상 죽고 싶어하던 모습도 시간이 흐를수록 무뎌지더니 결국은 자포자기하는 상태를 보이
기 시작했어.
....................중략.
3년이 흐르자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까지 도달하게 된거야. 나도 원했고 그 아이도 원했어.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후회와 두려움이 날 가만히 놔두질 않아.
밤마다 꾸는 악몽과 앞을 알수없는 막연한 두려움은 결국 서서히 끝을 드러내더군.
가뜩이나 가진 재산을 다 탕진하고 끌어다 쓴 사채로 인해 하루하루 내 몰리는 압박감에 견딜수가 없었어.
궁여지책으로 재개발지역에 묶인 이곳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그녀를 숨기고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지만, 끈질
기게 날 찾아대는 사채업자들로 인해 언제 이곳을 들킬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으면 그만이겠지만, 이 많은 죄값을 회피하는것 같아 망설여지네. 거기다 내 복수의 희생양으로 끌려와
남들과 다른 몸을 가지게 된 아이도 걱정되는건 주제 넘는 생각인가?
....................중략.
아무리 생각해도 선호 너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이렇게 말하는 날 넌 용서할수도 이해할수도 없을거란걸 잘 안다.
이해해 달라고 용서해 달라고 하진 않을께. 부탁한다. 선호야.
부디 내가 죽어 저 위에서 얼마나 죄값을 치르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불쌍한 그 아이를 네가 살펴주었으면 한다.
염치 없게도 너에게 이런 부탁하게 되는 나도 죽도록 후회스럽고 아프다. 하지만, 너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조
치를 취하더라도 그 아이만큼은 세상의 따가운 시선이나 조롱거리가 되지 않게 잘 감싸주었으면 싶다.
....................중략.
끝까지 너에게 못난 모습을 보이는 내가 죽이고 싶도록 패주고 싶겠지. 그런 내 모습이 지금 눈에 선하다.
....................중략.
부탁한다. 그리고.....정말 미안하다.-

[이런..........개 또라이 같은 새끼!...................... 이래놓고 뭐?! 개새끼...]
난 녀석을 씹어먹겠다는 식으로 이를 갈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욕도 생각이 안났다. 그저 새끼 새끼 하는 말만
계속 되풀이 되었다.
큰소리로 욕을 해대는 소리에 깬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누워있던 그도 아닌 그녀도 아닌 시선이 날 올려다보고 있
다. 수척한 모습과는 달리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드러내며...
##

[널 붙잡고 있던 사람이 죽었다. 지나가는 차로 뛰어 들었대. 지금 병원에 있다 오는 길이야.]
놀랄만도 한대도 그녀는 아니, 그는 덤덤한 얼굴이었다. 상철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눈앞에 보였을때부터 무언가
를 예감한듯 했다.
[대충 내용은 알게 되었다. 부탁받은 사람이지만 난 그대로 할수가 없다. 해서 너의 의견을 듣고 싶다. 내가 어떻
게 했으면 좋겠는지 말을 해줘.]
벽 쪽으로 웅크린 자세로 등을 보이며 힐끗거리다가 뜻 모를 고개를 가로 저어보인다.
[네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줄께. 물론, 그간 사정은 내가 설명해주마.]
조금 전 보다 더 세차게 가로 젓는다.
[이제 이런데 묶여있거나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니깐. 갈곳이 있으면 말을 해달라구.]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탓에 내 목소리가 조금 격앙되었나보다. 다그치듯하는 내 음성에 그는 어깨를 약간 떨며
한껏 웅크려 보였다.
[미안... 너도 충격이 클텐데 내가 너무 서둘렀나보네. 병원에도 가봐야 되고 이 문제도 얼른 어떻게 해야할까 정
신을 못차리겠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이 악몽을 꾸는것 같아서 말이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부드럽고 최대한 낮게 말하려고 노력한 덕분인지 얼굴이 오랜만에 내쪽으로 향해왔다.
눈물 범벅이 된 눈가에서 또 몇방울의 물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형용할수 없는 무언가가 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 아직... 겨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밤에는 추운 날씨고 여기에 있을 여건도 아니고... 먹을거...입을거... 모두
다...]
주위를 둘러봐도 여전히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정 안되면 모든걸 밝히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는 수 밖에 없다
고 생각했다. 이대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정말 갈만한데나 가고 싶은 곳이 없어? 여기 있은지 3년이라고 했지? 예전에 여기 오기전 기억나는 일가친척이
나 뭐 그런곳 생각을 떠올려 봐봐.]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흔드는것만 반복한다.
하는수 없었다. 날 위해,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를 위해, 그리고 죽은 상철이를 위해 모든 죄를 알리고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르는것이 최선이다.
[그럼... 널 가두고 괴롭힌 그 놈을 신고하자. 경찰이 너의 신변을 결정해 주겠지. 나도 어쩔수가 없구나. 너의 모
습을 드러내게 하지 않아달란 부탁을 받았지만 너무 이 상황이 심각하고 묻어두기엔 큰 사건이라서...]
난 짧은 한숨을 쉬고 일어나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자, 등뒤에서 앙칼진 소리가 터져나왔다.
[싫어욧! 안돼요! 흐흑!]
손으로 가려도 풍만한 굴곡이 고스란히 보이는 가슴을 가린 채 내게 몸을 돌린 그가 울부짖고 있었다.
[하라는대로 다 할께요! 흐흐흑! 그러지 말아주세요! 흑]
가운데에 달린것과 상철이의 편지가 아니라면 정말 착각할 정도의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린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바라보며 나는 새삼 시선처리를 고민하게 하는 그의 섹시한 몸매를 슬쩍 훑었다.
[널 위한 거잖아. 3년동안 잡혀살았다는걸 알려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보상도 받고 예전에 있었던 일도...]
[싫어욧! 그러면 여기서 절대 나가지 않을래욧!]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나도 지금 뭐가 뭔지 몰라서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진심이었다. 정말 뒤도 않 돌아보고 나 몰라라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잔뜩 커진 내 목소리에 불길함을 느꼈는지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절...저를 데리고 도망가요! 아저씨...아저씨를 따라갈래요!]


3

널부러져 있던 여름용 겉 이불 하나를 둘러쓴 채 조수석에 웅크린 모습 그대로 다시 눈을 감고 움직임이 없다.
남자라고 부르기에도 미안스러울 정도인 그녀의 몸 일부가 이불 사이로 지나가는 불빛마다 눈에 들어온다.
이불과 몸에서 나는 더러운 냄새로 인해 구역질이 날만도 한 상황에서도 피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나의 정체성
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왜 그녀를 데리고 나온건지 모르겠다. 묶인 쇠사슬을 풀어줄때, 신발 조차 없어 이불 하나를 덮어서 안아들었을때
계속 내 눈을 쫓던 눈빛에 현혹 되었던 걸까.
복잡한 생각이 겹치고 겹치는 동안 어느새 차는 내 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남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 엘리베이터를 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양손에 들려 품에 안긴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5층 집까지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려면 열쇠를 꼿아 안쪽의 버튼을 눌러야 했다. 집까지 올라가는 것은 나만 사용
하고 평상시에는 4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게 해놨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건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안심을 한다. 마치 상철이로 인해 공범(共犯)이라도 된것 같은 죄를 짓는 기분.
##

따뜻한 물을 욕조 가득 받아 손을 넣어 온도를 맞춰 본다.
거품가루를 풀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동안 갇힌 상태로 씻지 못한것 같아 어느정도 몸을 씻은 후에 해도
될것 같았다.
욕실을 나와 쇼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녀에게 다가간다. 차츰 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지 그녀는 대뜸 안아
들려는 내게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반쯤 가리고 있던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것도 버려야 겠네.]
멋쩍은 마음에 난 안은 자세 그대로 발을 움직여 바닥의 이불을 차버렸다.
욕조 안으로 그대로 앉히자 잠시 뜨거움에 움찔하던 그녀는 이내 따뜻함이 좋은지 상기된 얼굴로 변해갔다.
넘치던 물도 잠잠해지고 물에 잠긴 채 목을 욕조 끝에 기댄 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도는것 같아 난 목욕용품들을
한쪽에 놓아주며 밖으로 나오려 했다. 그런 나의 손을 그녀의 젖은 손이 재빨리 잡는다.
벌게진 얼굴을 쑥스러운듯 날 피해 벽을 바라보는 와중에도 그녀의 손은 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혼자 못 ?겠니?]
반대편 벽을 향해 있는 그녀의 고개가 살짝 끄덕인다.
##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감겨주고 욕실 바닥에 목욕용 매트를 깔았다.
서툰 솜씨이지만 최대한 살살 밀어보려고 노력하면서 때타올을 밀어갔다. 생각보다는 때가 밀리지 않는다.
눈을 감은채 젖은 머리가 한껏 뒤로 밀려 있는 모습이 처음 보았을때보다 더 이뻤다. 씻고 난 다음의 얼굴은 오히
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청순하게 생겼다고 느낄만큼 내게 딴생각을 안겨준다.
제법 큰 밥그릇을 그대로 엎어놓은 듯한 두 유방에 붙어있는 젖꼭지가 나의 타올질에 노려보듯 출렁이며 꼿꼿히
서 있었다.
가냘픈 그녀의 팔과 손을 쓸어내릴때는 간지러운건지 살짝 다리를 꼬아보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몸에는 털이라
고는 머리카락과 배꼽 밑에 얇고 길게 줄을 그은 듯한 것 외에는 찾아 볼수가 없었다.
이것도 상철이의 생각이었을거라고 짐작하자 그녀가 측은해졌다. 털하나 없이 미끈한 겨드랑이나 보기좋게 관리
되어 있는 음모가 보기 흉한건 아니지만, 자신이 원해서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면 슬픈건 마찬가지
일것이다.
가늘디 가는 허리를 타고 흐르는 풍만한 엉덩이의 굴곡과 밑으로 쭈욱 뻗은 허벅지와 다리의 각선미는 결코, 상철
이가 손 대어서 만들어진건 아닐것이다. 가슴이야 수술로 된다고는 하지만 체형이나 각선미의 선까지 수술로 고
쳐 아름답게 만든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그런 수술이 있다면 아마 여자들 전부 돈을 싸들고 가서 받지 않을까.
[자... 밑에는 네가 밀어.]
새끼 손가락보다 더 작아보이지만 사내의 좆이 신경쓰여 상체와는 달리 대충 밀던 하체에서 타올을 떼며 말했다.
그러는 편이 서로 좋을것 같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무릎을 세우는가 싶더니 도톰한 허벅지를 양손을 내려 잡아 받친 후 발을 힘껏 허공으로 올려 벌린다.
[헉!]
적나라하게 내 눈 앞에 그녀의 은밀한 부분까지 드러났다.
[도... 도대체 이... 이게...도대체...... 개새끼... 무슨 짓을 한거야...]
인간도 아니다, 잘 뒤졌다, 싸이코 같은 새끼 같은 여러 생각들이 휩쓸고 지나가면서도 벌어진 사이로 보이는 그
모양에 마음과 상관없이 주책없는 자지가 불끈 불끈 용솟음 치고 있다.


4

수술장갑을 끼자 박 간호사는 재차 물어왔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정말 불안해 죽겠단 말이에요.]
[그래. 이제 이번만 잘 되면 다시 올 일 없을꺼야.]
상철은 수술대를 쳐다보며 힘주어 말했다.
밤 11시 10분전이니 내일 아침 6시전까지 수술을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서둘러야 할 시간이었다.
[시작하지. 얼른 끝내야 박간호사도 좋을거 아냐.]
[정말 이번으로 강 선생님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길 바래요. 이젠 돈도 필요 없으니 마음 편히 살고 싶어요.]
수술도구대를 끌고 오며 자조섞인 음성으로 그녀가 말했다. 잠시 그녀를 돌려보던 상철은 수술대로 이동한다.
[내가 박 간호사의 약점을 이용해서 몇차례 이 병원을 몰래 쓰고 있지만 그만큼 댓가를 치풔鳴?생각했는데.]
[하지만... 선생님이 하시는 수술들... 볼때마다... 수술받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약속 지켜
주세요. 이번으로 정말 끝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신고라도 하겠다는 건가?]
[제 말은...]
[난 모든걸 잃은 놈이야. 더 잃을게 없다는 거지. 박 간호사.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뵈는게 없으면 용감해지거든
.]
상철의 소리가 하도 낮고 진지했기 때문인지 눈만 드러나 보이는 모습인데도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알다시피 할건 다 했잖아. 이제 여기만 하면 이제 정말 볼일 없어. 그러니 마지막까지 딴 생각말고 잘 도와줘.]
상철이 수술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술용 시트에 수술부위만 드러나 있고 다른 부위는 천으로 가려져 있다.
드러난 수술 부위에 아담한 자지와 고환이 수술용 천과 대조되는 색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자... 메스!]
##

음낭(陰囊:불알 주머니)과 항문까지의 중앙을 같이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出血)이 걱정이었다.
가뜩이나 몰래하는 수술에 넉넉한 혈액이 있을리 만무하다.
절개(切開)한 부분에서 약간의 출혈이 있었으나 처음 걱정과는 달리 순조로운 상태다.
음낭의 표피를 이용해야 하는것이 오늘 수술의 관건(關鍵)이었다. 그러려면 음낭 안의 불알을 다치지 않게 중앙을
가른 틈에 잘 집어 넣어야 했다.
고환과 괄약근 같은 중요한 부분이 다치지 않게 하는것이 상철의 오늘 목표였다. 또한, 최대한 신경세포를 건드
리지 않고 피부 가까이에서 해결하려 노력해야했다.
그의 손이 놀랍도록 정확하게 움직인다.
불알이 들어간 부분을 앞쪽으로 해서 보지 외음부(外陰部)의 음핵(陰核)처럼 튀어나오게 표현한다. 봉합(縫合)에
집중하며 원하는 돌기모양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
자지 바로 아래에서 항문 바로 위까지 타원형의 보지둔덕을 표현하기 위해 갈라진 안쪽으로 실리콘을 삽입한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갔지만 몸속에서 터지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질에 신경을 썼다.
여기까지 무사하게 마칠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다만, 세시간 반이나 잡아먹은 시간이 문제였다.
그 이후에는 성형의 극치(極致)를 보여준다.
음낭 특유의 쪼글쪼글한 표피를 살려 이제 절개부분을 덮는다.
그냥 덮는것이 아니라, 소음순(小陰脣)과 대음순(大陰脣)의 형태를 잡아준다. 음낭 표피의 특성상 소음순은 얇게
모양을 떠 봉합하고 대음순은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옆구리쪽의 지방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살을 도톰하게 채운
다. 날개 모양을 비교해가며 대칭으로 만든 소음순과 도톰하고 이쁜 모양의 대음순을 만드는 작업은 실제 여성들
에게 시술이 빈번한 수술이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성형이니만큼 상철의 손이 바빴다.
[차...차라리 성전환술이 ...]
봉합실을 잡아 당기다 말고 상철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모르면 잠자코 있어! 여기나 잡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의 수 만큼이나 많은 손놀림 끝에 이제 서서히 수술이 막바지에 이른다.
항문의 위치가 제법 보지 모양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상철은 그런대로 흡족한
기분이었다.
요도(尿道:오줌구멍)는 자지가 있기때문에 생략한 채 그곳을 표피의 끝부분으로 도돌도돌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박 간호사의 말대로 질구(膣口)는 없다.
대신 그 위치 바로 아래에 항문을 맞추려고 상철은 무던히 애를 썼던것이다.
실밥 자국이 선명한 수술부위를 다시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간호사의 소독과 마무리 작업을 지켜보며 그는 마스크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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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간호사의 약속과는 달리 그는 다시 몰래 병원을 세차례나 더 찾았다. 특별한 이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최대한 메스자국이 남지 않도록 꼼꼼하게 손을 대었다.
자리 잡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흉터가 사라질수록 보지를 닮아가는 부위가 마음에 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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