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동기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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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말문을 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라 씨가 방금 내게 대답해준 <취미>와 <특기>란 것이....참으로 아스트랄 하달까 그런 것이었기에...

특기는 그녀와 하고 싶어 한다면. 누구와도 해준다는 것.

취미는....뭐라 했었지? 그래. 분명 그리 말했어. 이 별의 인구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진짜로 계속 입술 끝이 달싹이며 열릴 듯 말 듯 하다가... 결국은 의문감 가득 담긴 표정을 한껏 한채로.

다시금 그녀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혼자선 이해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특기가....정말 아무나 상관없이...해주시는 것입니까?"

사실 <해준다> 도 아니고 <대준다> 고 했으니. 그녀의 말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아 들었기에.

오늘 처음 보는 아가씨에게 참으로 낯뜨거운 질문을 던지는구나 싶었다.. 더구나 내용이 내용인지라...

이건 너무 엄청나지 않은가... 아무나 라니.... 아무한테나 라니...세상에...

하지만. 그녀보다도 오히려 내가 이 사실에 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전혀.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언제 어느 때든. 시종일관 당당하다는 듯이...

지금도 나를 보면서 생글생글 웃으며 머릴 쓸어넘기면서 다시금 답변을 해주는 그녀였으니까..

"물론이에요."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 이유라...흠...굳이 말하자면....내 천성이 그렇다고나 할까요? 아하하~ "

또랑또랑한 저 맑고 고운 웃음을 다시 들을수 있다는건 실로 기쁜 일이지만...지금은 의문감만이 중첩될 뿐이다..

"...상대를 가리시지 않는 성격입니까? 그래서 누구라도 좋으신...."

그녀는 손사래 치면서 또 이리 답변해 준다.

"누구라도 좋다곤 안 했어요. 누구한테나 대준다 고 했죠. 이건 다른 문제라구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그럼 꼭 좋아하질 않아도 해준다는 소린데..이건 더더욱 아리송해지며 더 추가적인 의문점이 늘어가는 기분이다.

이 여인은. 자신의 맘에 전혀 있지도 않은 사람들과도. 그들이 원하면 해준단 말인가?

왜 그래야 하지? 그녀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그런 이유가 존재할수가 있나?

납득이 가질 않는다.

내가 납득을 하던 말던 간에, 수라 씨의 말은 속사포처럼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산 넘어 산이었다.

"아. 그리고. 음..맞아요. 상대를 가리진 않아요. 부자던 거지던, 빈부에 따른 시각적 편견도 없어요 전. 훗.. 또한 잘 배웠고 못 배웠고. 혹은 잘생겼고 못생겼고 하는 문제 역시도 따지지 않아요.

더 나아가. 동성 이라도 상관 없어요. 그것 역시 개의치 않아 하는 저랍니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제가 좋다고 달려든 여자애들도 상당히 많았으니까요. 그 애들이 원하는 것을 난 이루어줬죠. 아. 남자들 쪽과 마찬가지로. 이 애들도.

곱게 생겼든 그렇질 못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흠. 그리고 또...."

여기까지의 내용만으로도 기절초풍할 지경이라 입이 차마 다물어지질 않을 지경인데.. 더 있단 말인가...

동성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뭐가 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수라 씨는...

키득거리고 웃으면서 이리 말해줬다..

"동물들이 내 얼굴을 보면. 나와 하고싶어 달려드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후훗...그애들이 원하면... 역시 해준답니다.

이쪽 또한...뭐 수컷이든 암컷이든 차별 두지 않아요. 다 해주지요. 인간과는 다른 재미가 있어요. 충분히 사랑해줘도 좋을...귀엽기 그지없는 아이들 이랍니다 ^^ "

"..............."

"흠...그리고 또.....난 상대가 원하는건 뭐든지 다 해줘요. 섹스 쪽으로. 자지를 빨아달라 하면 빨아주고. 뭐..이하 생략. 성 쪽 문제는.. 장담하는데 예를 들어....당신이 내게 무엇을 바라던지. 당신의 취향을 전적으로 존중해줘요. 여태껏 쭈욱 그래 왔어요. 다른 누군가한테도.누가 되었든지. 그렇게 해 줬지요 나는.

이따가 나랑 하러 갈때. 하고 싶은거, 바라는 거 있음 다 말해봐요. 모조리 다 해줄테니. 아님 여자를 잘 몰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된다면.

그건 걱정마요. 내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나가줄 테니까요. 염려마요. 알았죠? 쿡쿡...."

아...신이시여....정말이지.. 여태껏 저는 무엇을 들었단 말입니까.. 지금 이것이 정녕 현실인 것입니까...

하도 기가 차서...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지 멈춰져 있는지조차 가늠되지가 않는다....


수라 씨의 말대로라면....그녀가 말하는 걸로 봐선....그녀에게 있어 <정조>라는 개념은 희박한 것이라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질 않는 듯했다.

인간 중에서의 동성은 물론이고 수간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동물들에게조차 성차별을 두질 않는다고 하질 않는가.

그정도이니 먼저 말한 빈부 문제 용모 문제 따위는 그녀에게 있어 장난이었던 것이다. 애당초 논의거리조차 되지 않는 수준의....

이쯤 되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봤다.

"그...그럼....저와 해주시겠단 것도.....그런 이유에서....."

그런 이유 때문에 저와 해주시겠다 한 것이군요... 그런 거였군요. 수라 씨는....


수라 씨는 누구라도 상관 없었던 것이다.....그냥 말 그대로...정말 말 그대로...

나는 수라 씨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수라 씨는 그에 응해 줬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 아닌가 말이다 이것은..

나는 <의미모를 낙심>을 하고 있었다. 저절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만다..왜 이리 어깨가 무거워지고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는지....숙여진 고개가 들려질 줄을 모른다..

나는 말문을 잃어 이렇게 또 한심모드 작렬을 선보이고 있는데...

수라 씨는 내게 이리 말했다.

"...또 고개를 숙였군요?"

".....죄송합니다....."

"..후후....뭐가 그렇게..무거워요? 몸이든 정신이든..자주 무거워지는 타입? 그것은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

"....그게 동기가 될 때가 가장 많지요..."

<하지만 지금은..그것때문에 그런건 아닌것 같습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데...수라 씨가 피식 웃으면서 내게 건넨 말은....

"두려울 게 뭐 있어요? ..이 세상...아니. 지구에서 지금 당신보다 안전한 사람은 없을 텐데 말예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난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예의 저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또 내 눈앞을 눈부시도록 꽈악 메운다..

"...예?"

"지금의 당신은 말이죠.. 음..예를 들어. 가히 번천지복(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짐) 할 만한 사태가 터진다 하더라도.

그래도 당신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텐데...왜 그렇게 자꾸 자꾸 겁먹고 두려워하고 고개 숙이고 그러나요? 아하하~ "

" 저..수라 씨..저는 번천지복의 뜻을 모릅니다..."

나는 대단히 쑥스러워 하면서 이리 말했다. 그러자 수라 씨는 좀 더 쉽게 설명해준다고 말하신건가본데... 실로 내용이...

"지금 당신 머리 위에 핵폭탄이 떨어지거나 우리 쪽으로 운석이 날아와 여기에 낙하한다 해도. 상관 없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당신은 지금. 전 세계의 강대국들의 상징. 즉 국가 원수들이라던지 이런 자들보다 안전한 몸인 거라구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어느 누가 되었든지.나와 같이 있는 지금의 당신에겐. 터럭 한 올 조차 못 건드릴 테니깐.

그 누구라도, 어떤 무엇으로도 말이죠. 절.대.로."

아무래도그녀는 날 놀라게 해 쓰러뜨릴 작정을 한게 아닌가 싶다.

아까의 말만 해도 아직 머릿속에서 채 다 받아들여지지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이런 식으로 빵하고 터뜨려주다니..

문제는..이게 끝이 아니란 거다...하지만...이번은 달랐다. 내용이야 어쨌든...분명 그녀의 이 말은...

나를 배려해서 해줬다고밖에 설명 안되는 내용이었으니까..

아까부터 한동안 계속 벙쪄 있던. 그리고 좀전부터 풀이 죽어 있던 나에게. 수라 씨는 생긋 웃어주며 이리 말해줬다.

"...난 그 어떤 남자하고라도... 그가 원한다면 반드시. 최하 1번. 딱 한번 정도는 해줘요. 대준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 "

"후후...아무한테나 대준다 해서. 아무한테나 한번 넘게 대주는건 절대 아녜요. 십중팔구..아니..그 이상의 숫자가..나랑 한번 한 것만으로..그대로 끝이지요. 더 이상은 없단 말예요. 나와 한번 이상의 관계를 가졌던 존재는...정말로 극히...극히 드물지요.."

"...그...그렇군요...."

"몸을 허락하는 것도 내 자유. 성관계의 횟수 또한 나의 자유. 세상 천지 어느 누구도. 나를 소유 할 순 없어요. 뭐 암튼...후후...당신...그쪽이라면...."

"...?? "

"그쪽은....이 내가...한번 이상...대줘도...상관없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쪽...보면 볼수록...맘에 들어"

"...예?!"

내 턱에서 분명 뭔가 딱 하는 소리가 났지만. 그걸 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나는 찢어지게 눈을 흡뜨고 이렇게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수라 씨는 내 표정이 그리 웃겼는지.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심지어 손사래까지 쳐 가면서 이미 말했다.

"아하하~ 완전 귀여워. 아 미쳐 진짜. 아하하하!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게 뭔지 알아요? 거울 가져와 그쪽 얼굴을 보여주는 거예요! 아하하하~~"

얼마나 웃긴지 그녀는 연신 킥킥대면서 자신의 배까지 잡고 깔깔대는 것이다.

아무래도 좀전의 일이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놀라워서. 뭔말이든지 하고 싶었다.

나는 극히 쑥스러워하면서, 그냥 아무거나 화제를 빨리 돌려보자며 생각하다가, 이번엔 문득

수라 씨의 <취미>가 생각 났다. 그게 생각 나자 마자 지체 없이 질문을 던졌다.

"저...그럼 수라 씨...수라 씨의 취미는...무슨 뜻인 것입니까?"

그녀는 아직까지도 키득이다가 자신의 양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마저 가는 손가락 끝으로 닦고 있었다.

"킥킥...아~~ 그거요? 별거 아녜요. 말 그대로 취미 죠"

"...도대체 무슨 취미 이길래....인구 수 이야기를...."

수라 씨는 배시시 웃더니 갑자기 내게 이런 말을 해 왔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 어떻게 먹고. 어떻게 마시나요?"

갑자기 왠 아이스크림과 커피 이야기지? 뭐 어쨌든 대답을 해줘야겠지. 저런 걸 묻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

"그거야...아이스크림은...차가우니깐...한번에 다 못먹고 조금 조금씩 먹어야겠지요? 커피도...뜨겁다 하였으니 호-호- 불어 가면서 천천히 먹어야 할테구요"

"후후..맞는 얘기에요. 암요? 맞고 말고요. 후후...."

그녀 역시 내가 굳이 답해주지 않아도 이미 당연히 알고 있었던 듯 잠시동안 키득이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마. 상식적으로 이게 정론이었을테니. 내 대답도. 그녀의 추측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겠지..

그런데..그녀는 연신 웃으면서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그것과 같은 이유랍니다"

"..예?"

같긴 뭐가 같단 말인가...쉬이 이해가 가질 않는 나였다. 근데..그녀가 덧붙인 부연 설명이란 것이...

"...이 별...지구엔...인간...아니. 사람이 많이 살아요. 그렇지요?"

"그야...물론입니다만....갑자기 지구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별 하나 날려버리는거야 쉬운 일이지만...한큐에 끝내버리면...너무 시시하잖아요? 급할 것도 없는데 말이죠. 후후.."

"...예?!"

"아까 말했잖아요. 커피를 왜 굳이 뜨겁고 맛없게 느끼려고 한번에 다 마시며. 아이스크림을 무리해서 한입에 다 넣냐구요. 아이스크림. 커피 이야기도 비유일 뿐이에요. 남녀가 섹스를 막 해보려 하는데.

시작하자마자 남자가 찍 싸버리면. 그래가지고 되겠어요? 하나도 재미 없겠죠? 뭐든 야금 야금. 천천히. 느긋~하게.

릴렉스! 스무스~ 한 맛이 있어야죠. 내키는대로 한번에 쫑! 한방에 쾅! 해버리면...그게 도대체 무슨 흥이 나겠어요?

안 그래요? 아하하하~"

"..............."

"뭐..그 외에도 이유는 더 있기도 해요. 이 별은. 그래도 내 맘에 꼭 들게 예쁘고 아름다우니까.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요.

또한. 그렇게 한번에 모조리 다 정리해버리면. 안될 문제기도 하고요. 사랑스럽달까?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도 많으니까요."

여기까지 말하면서, 그녀는, 수라 씨는 뭇 남성의 가슴을 진탕시키고도 남을 매혹적인 표정을 그윽하게 지으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쪽처럼...."

"..............."




이젠 더 놀랄 기력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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