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사냥꾼 - 2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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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음 으"

바닥에 엎드린 모습이었다.
상체는 아래에 놓인 채 엉덩이만 들어 올려져 거칠게 움직이는 그레이를 받아들였다.
그런 예린의 옆에는 몽령이 기진맥진한 채 널브러져 멍한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소멸은 피했다.
숲 속의 작은 집이었다. 거실 중앙에는 커다란 화로가 있고 옆으로는 개인실이 있는 형태로 사냥에 쓰이는 것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그레이는 결정을 구해와서 몽령에게 먹였다.
그리고 몽령이 결정에 융합해서 여인으로 변하자 그레이가 그 기운을 빼았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마기는 예린을 범하면서 정화했다.

"아흐흐흑, 천천히 , 흐윽 제발"

다만 그 정화의 과정이 거칠었다. 여유를 주지 않고 짓이기는 움직임에 이미 그레이에게 익숙해진 예린도 몸서리쳤다.

"아흑 또, 또, 흐아아앙"

이미 두 번이나 절정에 올랐던 예린의 몸이 다시 활처럼 휘어졌다. 손과 발이 끝까지 펼쳐져 떨더니 아래로 푹 쳐졌다. 이미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었다.

"흐흑, 너무해."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그런 예린의 머리를 다정스럽게 쓰다듬는 손이 있었다.
그 손이 아래로 내려서 예린의 어깨를 잡았다. 예린은 아래에 깔린 채 힘껏 버둥거렸다.
그레이의 두 손이 예린의 어깨를 꽉 잡아 위로 빠져나기지 않도록 고정했다.
거친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예린은 힘을 원했다.
오랜 수련을 통해 이루어지는 강함이 아닌 결정을 먹이고 그 힘을 취하는 것에 동조한 것도 힘을 원해서이었다.
힘이 없어서 가족과도 헤어지고 말았다.

그레이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의 한 몸조차 지킬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었지만 이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이제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가족이 생각났다.
가족이 그리워졌다.

"그레이"

그레이에게 안긴 채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날 도와줄 수 있어? 마을로 한번 가보려고 해."

불안해하는 눈빛이 그레이를 향했다. 묘인족의 일로 인간에게 도움을 바라는 것은 묘인족으로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린은 이제 그레이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린은 귀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길이 기분을 묘하게 안정시켜 줌을 느꼈다.

"분명 위험할거야"

묘인족마을이 초토화될 정도면 마을을 공격한 것이 보통이 아니라는 이야기이었다.



"예린 긴장을 풀어. 쓸데없는 긴장은 사고를 부른다."

"아, 미안."

많은 준비를 하고 길을 떠났다. 예린의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매일 야영을 하기 전에 둘은 대련을 하였다. 그레이에게나 예린에게나 모두 도움이 되는 대련이었다.
하지만, 예린의 고향이 다가갈수록 예린이 반응의 침착하지 못했다.

"휴, 대련은 이제 그만하자. 자 누워봐."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어"

예린의 긴장된 어깨를 천천히 주물러주었다. 어깨를 풀어주고 나서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도록 도와주었다.
어쩌면 예린의 긴장은 당연하였다.
예린은 죽을 고비를 겪으며 도망쳤다. 그러다면 도망치지 않았던 묘인족은 모두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고향에 다가와 예린의 눈에 도망치기 전에 뛰어놀던 눈에 익숙한 산과 들판이 나오자 예린은 표정마저 굳어져 버렸다.

위우우웅-

그레이의 기운에 마나석이 공명해 떨리는 소리이었다.
구리빛이 감도는 피부의 정령이 모닥불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마나석으로부터 천천히 나타났다. 흐릿하던 몸이 점점 뚜렷해졌다.

[ 그레이, 불렀어? ]

마나석안에서 쉬고 있던 몽령이 그레이에게 응답했다.

몽령이 그레이의 머리속으로 직접의사를 전하는 것이었다.
남자에게 꿈을 꾸게 하는 정신계열 정령이라 다른 정령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었다.

몽령은 사람에게 꿈을 꾸게 만든다. 그런 능력을 가진 영으로 이루어진 몽령과 그레이가 육으로 연결되면서 의지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기쁘고 슬픈 기본적인 감정의 전달만 가능하다가 그레이의 기운을 먹이면서 간단한 의지도 전달할 수 있었다.

"보호막을 치도록 해"

[그래, 그럼 기운을 줘 ]

몽령의 혼자만의 기운으로는 사람의 크기 정도가 한계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의 손을 잡고 기운을 받아서 보호막을 치면 야영지를 덮을 정도의 보호막도 가능하였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보호막과는 달랐다. 물리력이나 마법력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는 미비하였다.
하지만 보호막 안에서는 밖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데 비해서 밖에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방어를 위한 막이 아니라 은신을 위한 막이었다.

몽령의 또 다른 능력은 잠들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것이었다.
경계를 하는 대상을 잠들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지만 경계를 하고 있지 않다면 얇은 잠으로 인도하고 얇게 잠든 대상을 깊게 잠들게 하는 것은 가능하였다.

조금은 이질적인 기운이 야영지 주변을 감돌았다.

"예린, 예린은 여기서 쉬고 있어."

"왜? 난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내가 먼저 마을로 가서 보고 올 테니까 기다려"

"하지만,"

"아직 적이 있을지도 몰라. 평상시의 너라면 나보다 숨는 걸 더 잘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을에 예린이 아는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 차 있고 그 사이에 적이 숨어 있다면 예린은 시체를 보고 감정을 드러낼 것이고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채 당할 가능성이 컸다.

"기다리고 있어"

날이 밝자 그레이는 혼자서 예린이 말해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서 마을의 모습이 보이자 접근하지 않고 바람의 방향을 점검하였다.
자신의 냄새가 마을쪽으로 풍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먼저 마을 안을 살피기 좋은 곳에 숨어있는 것이 없는 지 살폈다.

몸을 숨긴 채 천천히 마을 안으로 접근하였다.
매쾌한 악취가 코를 괴롭혔다.

"시체 썩은 냄새인가."

마을안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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