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 2부10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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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막 써도 될 힘이 아니잖아? 설마 나보고 또 너를 죽여달라는 소릴 하는건 아니겠지?”

낮고 착 가라 앉은 목소리의 슈슈.
그녀의 푸른 눈동자의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친우를 부르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

입술을 깨물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참고 있는 슈슈.
위험한 순간에 죽은 줄 알았던 친우가 살아난 기적을 만난 그녀는 한 없이 기뻤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마지막 친우가 죽어야 했던 이유를 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네비아…”
“만약 날 죽여달라고 부탁한다면… 또 죽여 줄거야?”

한 없이 음란하고도 저질스러우며 달콤한 목소리.

“미안, 농담이야. 앞으로 조심할게.”
“응… 부탁해. 그리고 다음 차례는…”
“제가 나가볼게요.”

니엘을 지목하려던 슈슈였다.
일단 자신과 기네비아를 제외하고 가장 전투 경험이 풍부하기도 한데다 실제로 전사로써의 능력도 최상급에 도달해 있는 녀석이 바로 니엘 쿠퍼니까.

“아직 느끼지 못하는 모양인데 이 공간은 매우 특별해서 코어로부터 에너지 공급은 받을 수 있지만…”
“죽으면 그대로 끝이란 거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니엘이라면 충분히…”

말 없이 배리어 쟈켓을 해제하는 쉘.
애초에 안에 아무것도 안입었던 모양인지 그녀의 늘씬한 나신이 드러나면서 그녀의 몸에 마치 균열처럼 번져있는 기괴한 문양이 나타났다.

“이거 설마…”
“애초에 전사도 뭣도 아닌 보통 여자였어요. 당신들처럼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과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그걸 사용할 재주도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영혼까지 침식당하고 말았죠.”
“하지만… 아톰경은 죽었고…”
“그가 남기고 간 사념만 갖고도 제겐 버거워요. 더구나 피타쿠스에게 침식당한 내 영혼은 이제 한계랍니다. 부탁입니다 보랏빛의 마녀여. 내 마지막 시간을 그를 위해 쓸 수 있게 해줘요.”

말 하는 순간에도 조금씩 넓게 퍼져가는 붉은 문양은 영혼 붕괴의 증거.
그것이 피부에까지 드러난 상황이라면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붕괴할 수 있고, 운 좋으면 사흘은 가겠구나.”
“기네비아!”

느긋하게 평가하는 기네비아를 무섭게 쏘아보는 슈슈.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쉘… 전투는 오래가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빨리 끝나게 해 줄 테니까…”
“어차피 루이를 돕기 위해선 연합 기술을 써야 하는 거죠? 제 몸은 이제 더 버틸 수 없어요.”

쓸쓸히 웃는 쉘.
가만히 밀어내는 그녀의 손길을 슈슈는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주춤 주춤 밀려버리고 말았다.

“뇌격의 신검 그룬가르드와 쉘 아델마이어. 문을 열어주십시오.”
“아아…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야. 부디 잘 싸우라고. 이번 녀석은 아주 강하니까. 쿡쿡…”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표정의 사가랴가 세 번째 문을 열었다.



-이실리아를 부탁합니다.-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남긴 말은 정말이지 눈물 나는 자기 희생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목숨 바쳐 벌어준 시간은 고작 10분.
그것도 저 너머에서 다음 순서를 짠다고 옥신각신 해준 덕분에 10분인 것이다.
벌써 두 명이 당했으니 남은 관문은 겨우 다섯.

“후우…”

좁은 공간이 한 없이 원망스럽다.
본체로 돌아갔다간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휴머노이드 형태로 폴리모프 했지만 드래곤에게 있어 이 모습은 어차피 빌린 몸이다.
나름대로 강화를 하고 드래곤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전부 쓸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놨지만 그래봤자 이것은 휴머노이드의 형태.
결국 상대가 인간의 전사라면 밀릴 수 밖에 없다.

“쉘 아델마이어 입니다.”
‘신께서는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건가?’

바산골란.
모든 드래곤이 파이에게 힘을 양도하고 잠들어 있었던건 아니다.
그는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 스스로 드래곤 이상의 전투력을 지닌 코어나이트와 종족 대표자들이 횡행하는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싸워나갔던 드래곤.
인간의 모습으로 활동할 때 그의 주 무기는 자이언트 액스였지만 오늘 그는 핸드액스에 히터쉴드를 들었다.

“내 이름은 바산골란. 보다시피 난 한 손 도끼에 방패를 들고 있네. 자네의 그 무기는 형태를 바꿀 수도 있는 걸로 아는데 바꾸는게 좋지 않겠나?”

상대에게 여유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큰 착각이다.

‘코어나이트가 코어웨폰을 형태변경 할 경우 0.03초의 딜레이가 생기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이미 들은 바 있다.
쉘 아델마이어.
겉보기에 18~19세 정도로 보이는 올해로 27세인 그녀는 전투 경험이 거의 없어서 중요한 전투는 반드시 다른 존재에게 휘둘리며 치러왔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것들이 철저히 배제된 공간.
그렇다면 그녀의 실제 전투 경력만 남게 되는데 길어봤자 2년 하고 조금이다.

‘그런 녀석이 검술에 대해 알 수 있을리가…’
“날 바보로 아는가? 드래곤의 영웅이여.”

검을 뒤로 뺀 채로 자세를 낮추는 쉘.
애초에 그룬가르드가 레이저 검이었다면 이렇게 할 것 없이 검도를 하듯 전방을 향해 치켜들면 그만이지만 그룬가르드의 검신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단순한 레이저가 아니다.

‘겉 보기에 레이저 검 같지만 저건 분명 특별한 물질로 만든 검이다.’

의외로 속지 않는 쉘을 노려보며 조심조심 거리를 좁히는 바산골란.
애초에 이 싸움은 이겨도 곤란한 싸움이다.

‘자꾸 이겨버리면 다음에 나올 녀석은 그 괴물이니…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게 최고지.’
[적당히 시간을 때울 셈인가?]

호흡 조절을 위해 멀쩡한 입을 놔두고 마법통신을 날리는 쉘.
확실히 이쯤 되면 그녀를 얕보는건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트하아아아앗!”
“크읏!”

‘콰콰콰콰콰콰콰쾅!’
마치 폭풍과도 같은 격돌을 하고 위치를 바꿔 다시 떨어진 바산골란과 쉘.
쉘 아델마이어에 대해 굉장히 저 평가를 하고 있었던 바산골란은 미련없이 조금 전까지 갖고 있던 생각을 휴지통에 집어던졌다.

‘그녀는 강하다.’

이를 악물고 도끼와 방패를 움켜쥐는 바산골란.
전사로써의 피가 그를 짜릿짜릿하게 달아오르게 한다.

“우워어어어어어억!”
“타하아아아아앗!”

‘후웅~’
묵직한 쯔바이핸더급의 대검이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바산골란의 머리 위로 스치는 것과 동시에 있는대로 숙였던 바산골란의 허리가 비스듬하게 펴지며 오른손의 핸드액스가 그녀의 옆구리를 노리고 쇄도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던 중력 조작의 마법이 풀리며 그녀의 몸무게의 두 배 이상 나가는 그룬가르드의 운동가속도에 그녀의 몸이 이끌려 수평으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은 바산골란에게 있어서도 쉘에게 있어서도 완벽한 무방비의 상태.
바산골란은 목표를 잃어 등을 보이고 있으며, 쉘은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공중에 그대로 붕 떠있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당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이킥 실드를 전방에 전개해 그것을 발판 삼아 움직임의 방향을 틀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허공답보!
공처럼 웅크린 쉘의 허리가 펴지며 그룬가르드를 휘두르자 그룬가르드의 육중한 검신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살떨리는 흉성을 토해낸다.
‘쿠와아앙!’
통짜 아다만타이트로 만든 히터쉴드가 움푹 패이며 눌려 들어갔지만 그런건 깡그리 무시한 바산골란의 핸드액스가 아직도 공중에 떠있는 쉘의 몸을 난자하기 위해 쇄도한다.
‘퀘에에에에엑!’

“싸이킥 쉴드!”

‘콰아아아아앙!’
방어벽 너머로 짜릿짜릿하게 밀려오는 통렬한 충격파.
제대로 맞았다면 뼈건 살이건 할 것 없이 버터처럼 으깨져 버릴게 분명하다.

“꽤 하는군. 인간의 전사여!”
“이제부터 제대로 가겠습니다. 바산골란!”
“뭣?”

‘키이이이이이이잉!’
그것은 단순한 음파가 아니다.
그것은 그녀의 강렬한 염이 만들어내는 염파.

“빌어먹을! 그 나이에 벌써 이런걸 쓸 수 있다는 건가?”

이건 방어막 따위로 막아낼 수 있는게 아니다.
이것을 막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강하게 단련된 영혼 뿐.
하지만 이 기술이 무적이란건 아니다.
이것은 배 보다 배꼽이 큰 기술.
상대에게 저항 불가의 데미지를 입히는 대신 자신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확실히 이 나이에 이걸 쓰는건 무리죠.”

새빨갛게 물든 그녀의 눈동자가 쓸쓸하고 잔혹하게 웃는다.

“설마… 네놈…”
“놈이 아닙니다. 일단은 여자니까요.”

‘후웅!’
그룬가르드를 휘두르자 미세한 전자기의 입자가 제멋대로 요동친다.

“이걸 쓰고 있는 녀석은 놈이질 않느냐!”
“아아… 피타쿠스씨라면 확실히 남자죠. 쿡쿡… 하지만 어쩌죠? 그는 이미 내 일부인데…”
“이제야 어떻게 된건지 알겠군. 네가 어째서 이렇게 강한지…”

도끼로 골통을 쪼개는 듯한 고통을 집어삼키고 일어선 바산골란.
역사를 보더라도 심장을 당하고도 최후의 사명을 치러낸 영웅은 얼마든지 있었다.

“겨우 이 정도 고통에 내가 밀릴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이죠. 그렇게 맥없는 상대로 이런 큰 기술을 썼다면 저야말로 억울해요.”

작게 쿡쿡거리며 그룬가르드를 뒤로 빼는 쉘.
본격적으로 풀려난 방대한 전하의 폭풍이 그녀의 검에 집결되었다.

“야아아아아아아압!”
“캬아아아앗!”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미친듯이 퍼부어지는 검격과 부격.
마치 폭죽을 터뜨려 놓은 듯이 이리저리 불꽃이 튀겨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혈투를 벌인다.
하지만 결국 최후에 홀로서는 승자는 단 한 명.
마치 정교하게 짜여진 톱니바퀴가 이를 맞대고 돌아가듯이 미친듯이 치러지는 둘의 격투가 정점에 오른 순간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든 수비초식을 버린 동귀어진의 초식을 펼쳤다.
‘투콰학!’

“처음부터 살아 돌아갈 생각이 없었군.”

‘뚝… 뚝… 뚝… 뚝…’
쉘의 옆구리를 깨 부수고 들어간 그의 핸드액스가 멈춘 지점은 그녀의 척추를 끊고 반대편으로 두 치 가량 파고들어간 다음이었다.

[그건 당신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습니까?]

애초에 일개 드래곤이 코어나이트와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할 만큼 힘의 격차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산골란이 지금껏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드래곤하트를 태워가며 싸웠기 때문.
처음부터 둘은 타임 리미트를 갖고 시작했던 것이다.(바산골란의 경우 도중에 해제할 수 있는 리미트였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

바산골란의 심장을 꿰뚫은 그룬가르드에서 손을 떼는 쉘.
그녀의 가냘픈 몸이 스르륵 무너지려는 순간 바산골란의 두꺼운 손이 그녀의 하얀 동체를 받쳐 올렸다.

“미안하군요. 나 따위에게 죽을 존재가 아닌 당신인데…”
“그대 같은 미인과 함께 죽다니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군.”
“당신… 짖궂은 사람…”

가늘게 마지막 한 숨을 내쉬는 쉘.
하지만 치명상은 바산골란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죽은건가?”

문이 열리고 다음 도전자가 들어섰다.

“아아… 훌륭한 전사였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바산골란.
하지만 그도 그걸로 끝이었다.

‘쯔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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