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파이레츠2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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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는 동안에 시그레인이 모아 준 선원들이 배에 올라왔다.
부선장 마쉘이 전원이 정열한 갑판에서 인사를 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그는 새까맣게 햇볕에 그을린 오십세 전후의 노련한 해군장교였다. 관록이라는 의미에서는 리카르도 따위보다 훨씬 더 선장에 어울린다. 사실 어제까지는 다른 군함의 선정을 하고 있었다.

“아직 미숙하지만, 많은 지도편달 바란다.”

마리온, 마사, 지미 그리고 로제를 뒤따르게 한 리카르도가 총원 이백의 선원들 앞에서 아무 실수 없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건강한 세 여자아이와 무표정한 소녀를 소개했다.

“이 아이들은 마리온, 마사, 지미. 내가 수행하고 있던 [남해의매]호의 선원들이다. 이쪽은 로제, 스칼렛의 부하였지만, 이번 임무에는 객원참모로서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자 반다나를 쓴 마리온이 가장먼저 오른 손을 들고 활기차게 인사했다.

“모두 안녕! 전 마리온입니다. 리카르도님의 애인입니다♪”

그 능천기한 인사에 리카르도는 머리를 감싸 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은 사실이라 주의도 줄 수 없었다. 그 대신 보라색 로브를 걸친 마사가, 소꼽친구의 오른쪽 귀를 잡아당겼다.

“야, 너 조금은 리카르도님의 입장을 생각해야지.”
“바보. 이럴 때는 처음이 중요한 거야. 상대는 백전연마의 달인들뿐이야. 계집애라고 바보취급 당하지 않도록, 너도 한마디 해놔.”
“큭, 너한테 바보라고 불리는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확실히, 어린 계집애라고 얕보이는 건 기분 나빠. 알았어. 해볼게.”

뭘 알았다는 걸까. 소근 소곤거리는 귓속말을 모두 듣고 있던 리카르도는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마사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제법 재녀라고 할 만한 새치름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마사라고 합니다. 앞쪽 처녀도 뒤쪽 처녀도 리카르도님께 바쳐 개발되어있습니다.”

“풉!”

번뇌하는 리카르도를 완전히 KO시킨 것은 동안거유소녀 지미였다.

“저희들은, 리카르도님 전용의 육변기에요♪”

세사람 모두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 같지만, 리카르도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었다.
선원들은 모두 넋나간 얼굴로 침묵하고 있다. 너무나 미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을 때, 부선장 마쉘은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이거야 참. 왕자님도 한창 때로군요. 뭐 젊으니까요.”
“아뇨, 그게……”

리카르도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곤혹스러워, 일단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손으로 숨겼다.
원래 호색이라는 게 악덕은 아니다. “그 사람은 호색가”라는 평은 고소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가가기 쉬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도 되는 것이다.
왕족이라는 것 때문에 거리감이 있던 리카르도가 뻔뻔하고 엉뚱한 세 사람의 애인을 데리고 왔다는 것으로 인해 선원들의 거리감이 줄어든 느낌이다.
그 후 정신없이 진수식이 거행되었다. 리카르도의 모친 에테르나와, 그녀의 친우이자 리카르도의 후견인인 시그레인, 예전에 타고 있던 배 [남해의 매]호의 선장 이시스 등이 참가했다.
그리고 리카르도의 모친 에테르나가 배의 이물에 레드와인 병을 부딪쳐 깨트렸다.
레드와인을 쓰는 것은, 산제물의 대용품이다.

“그럼, 왕자님 슬슬 출항하죠.”
“응. 돛을 펴라.”

리카르도가 오른팔을 들자, 그건 내 일이다, 라고 말없는 선언을 하는 것처럼 마리온이 원숭이처럼 재빠르게 마스트로 올라가 돛을 묶은 끈을 풀었다.
그 능숙한 움직임에 놀라 지켜보고만 있던 다른 선원들도 당황해서 돛폭을 아래에서 고정시켯다.
그러자 돛은 바람을 가득 받고 부풀었다. 그리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적왕], 출발!!”

돛대 위에서 우뚝 선 마리온이 생기발랄한 고함을 질렀다.
마리온의 위세에 이끌린 것인가. 다른 수부들도 “오!”하고 구령을 외쳤다.
그렇게 해서, 마리온이 그 이름을 붙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어느 순간부터 [해적왕]이라는 선명이 정착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왕자님, 왠지 굉장히 정신없는 출항이었지만, 우리들은 뭘 해야 하는 거에요”

맑게 개인 날, 선장실에서 지도를 살펴보고 있던 리카르도에게, 언제부턴가 부관 일을 맡게 된 마리온이 서류를 넘겨주면서 질문해 왔다.
이 최신예 군함에는 베테랑이라고는 해도 어중이떠중이 그러모은 선원들 뿐. 아무튼 목적지, 카를로타 왕국의 해상도시 브라키아까지는 말하자면, 시운전과 훈련을 겸한 연습항해였다.
그런 와중에 터무니없는 자기소개를 한 마리온, 마사, 지미는 생기발랄하게 임무에 임했다. 원래부터 이시스의 배에서 선원으로 단련되어 있는 계집아이들이다.
단순한 어린 여자애는 아니다, 라고 다른 선원들도 금방 인정해준 것 같다.
인간관계는 업무 실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 사람 모두, 리카르도의 여자라는 지위를 이용하는 일도 없이, 각자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데다가 구김살없는 성격이라 더욱 사랑받았다.

바다는 뭐라고 하든지 남자의 세계이다. 이 배에도 삼할 정도는 여자 선원이 있지만, 그녀들 세사람이 가장 어리다. 어린 여자아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가 된다.
선원들 사이에 마리온파, 마사파, 지미파 같은 게 생겨서 “노력해서 왕자님 정실 자릴르 차지해라” 같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런 불가사의한 무리들과, 로제는 일선을 긋고있다.
선원들도 분위기에서 로제는 리카르도의 연인이 아니다, 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말수가 적은 로제는, 그다지 선원들과 사귀지도 않고 묵묵히 항로를 보거나, 바다의 상태를 확인하고, 뱃길이나 조수의 정보 등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의 지식에는 베테랑 선원들도 혀를 내둘렀다.

“뭐, 말하지 않았었나?”

당황한 리카르도에게 마리온은 매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들은 적 없어요. 뭐 우리들은 시키는 것만 하면 되니까,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부관역이라고는 해도, 여기저기 분주히 돌아다니는 일을 할 뿐이다. 군의 기밀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마리온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리카르도는 곤혹스러워 하면서, 조금 뺨을 긁었다.

“아, 아니, 저기 숨길 정도의 일은 아냐, 그니까…… 뭐랄까, 우리들의 첫 임무는, 유령선을 퇴치……”
“유, 유령선이라고요!?”

아무리 마리온이라고 해도 의표를 찔린 것처럼 소리를 높였다.
굉장한 곤란을 느낀 리카르도는 얼굴을 붉히면서 사정을 설명했다.
가뜩이나 연합왕국과의 전쟁에 바쁜 와중에, 최근, 비취해를 항해하고 있던 에트루리아 왕국 소속의 군함이나 상선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그 방법은 비정할 정도로 교묘하고 잔혹. 목격자 전부를 학살하고, 배에 불을 질러 침몰시켜버린 것이다.
해안가 주민들은 살기 위해서 해적이 되는 일은 많지만, 그렇게까지 흉악한 짓은 그다지 저지르지 않는다.
피해건수자체는 아직 많지 않지만, 목격자가 없으니,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데다, 그 신출귀몰함에 [유령선]이라고 불렸다.
단순히 보급선이 절단당하는 것 만해도 큰일인데, 소문에 의한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뱃사람들은 대개 미신이 강하다.
파도나 바람의 방향, 그리고 하늘이라는 자연현상에 의해 희롱당하는 뱃사람들은 초자연적인 것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삼색고양이 수컷을 태우면 길하다고 해서 비싼 돈을 주고 사서, 배에 태우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로 유령이라면, 배를 침몰시키고, 사람을 죽이지 않을 테니 다행이겠지만.”
“그, 그렇군요. 하지만 상선만이 아니라, 군함까지 침몰당했다는 것은 단순한 일은 아니겠네요.”
“응, 그렇지만, 현재 에트루리아왕국은 손발이 모두, 연합왕국과의 육전에 매달려 있어. 아무래도 유령선 소동에 인원을 돌릴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선택된 거야.”
“빨리 그 나쁜 해적들을 퇴치해서, 비취해를 평화롭게 해요”

마리온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때 마법을 써서 주변경계를 하고 있던 마사가 달려들어왔다.

“큰일이에요, 해적선이 매복하고 있어요!”
“해적선!?”

놀란 리카르도는 서둘러 갑판으로 나갔다.
항해 방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배는 리카르도의 애선의 절반 정도로 작다. 중형 군함.
앞머리에 충각이 달려있다. 이른바 돌격선이라는 녀석이다.

“거기 있는 배, 당장 정지해라. 정지하지 않으면 격침시키겠다!”

큰 소리를 지른 것은 선수에 늠름하게 서있는 소녀다.
양날도끼의 긴 자루를 양손에 잡고, 두 발 앞에 짚고 서있다.
몸에 두른 녹색 옷과 황금색으로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바닷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거리상으로는 얼굴까지는 판별할 수 없지만, 그 패기 있는 목소리와 실루엣에서 상당한 여걸이라는 건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주위에는 여선원들이 활을 들고 임전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해적의 출현으로 당황한 [해적왕]이지만 부선장 마쉘의 호령 하에 전투준비에 들어가있다. 하지만 단 한명 혼자서 탈력감을 느끼고 있던 리카르도가 묘하게 지친 목소리로 부하들을 제지했다.

“저건 [해룡희]라고 하는데, 로랑스 왕국의 군함이다. 저 선수에 서있는 쓸데없이 전투적인 여자아이는 에바린이라고, 로랑스왕국의 공주고…… 일단, 내……약혼자야……”
“예에……?”

갑판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공기가 흘렀고, 결국 마리온, 마사, 지미의 괴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에에에에에에엣, 저게----------?!”

제4왕자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정보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카르도의 애첩들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로랑스왕국은 비취해의 연안국가 중 하나로, 그다지 대국은 아니지만, 에트루리아왕국과는 예전부터 교분이 있다.
리카르도와 로랑스 왕국의 왕녀 에바린이 약혼을 한것은 최근이지만, 두 사람은 인접국의 왕족. 게다가 같은 또래이기 때문에, 알고지낸지는 오래다.
어떤 의미로는 소꿉친구라고 할 수 있다. 세간의 소꿉친구만큼 매일 얼굴을 마주칠 정도는 아니지만, 신분이 같다는 이유도 있어 측근들과는 다른 왕족으로서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
여자답지 않게 군함의 선장을 하고, 측근의 여자들로 이루어진 낭자군을 이끌고, 연중 바다에 나와 있는 것 같은 말괄량이다.
똑같이 바다를 좋아하는 리카르도와 상성이 맞는 다는 이유만으로 약혼을 맺게 되었지만, 리카르도로서는 껄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리카르도 주위의 평판은 굉장히 좋다.
리카르도의 양친은 입을 맞춰 “리카르도에게는 과분한 아가씨다.”라고 말하고 있고, 시그레인은 “그 아가씨, 예전의 저와 닮았어요. 뭐 저는 그아이 정도로 남자한테 일편단심은아니었지만” 라고 말하고, 이시스가 말하기를 “상당히 단련되어 있어. 그 실력은 왕족의 교양이라고 할 만한 레벨을 넘고 있던데. 훌륭한 뱃사람이 될거야.”. 스칼렛은 “그 아가씨라면 지금당장 해적으로 전향해도 잘 할 수 있을 걸” 이라는 평을 했다.

리카르도 왕자옹립파의 세 거두라고 할 만한 여자들이 하나같이 절찬하고 있는 것이다.
셋 모두 리카르도와 육체관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질투를 해서 반대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어른인 그녀들이 보기엔 왕족이 정략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격으로 보더라도 리카르도에게는 딱 좋은 상태라고 축복하고 있다.

(모두 속고 있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시그레인도, 이시스도, 스칼렛도, 저 말괄량이의 겉모습에 속고있는 거야.)

소꿉친구의 정체를 몸으로 겪어 알고 있는 리카르도는 소리질러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왠지 모두가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다.

“에바 저 자식, 일부러 국기를 숨기고 우리들을 도발하면서 노는 거야……”

오랜만에 약혼녀를 만나는 얼굴과는 백만광년 정도 떨어진 매우 지친 표정으로 리카르도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약혼녀가 기다리고 있는데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두척의 군함은 바로 선체를 나란히 하고 널판을 이어 다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척척척척 하는 발소리를 울리며 열명의 비키니 갑옷을 입은 여전사들이 [해적왕]에 올라탔다.

“뭐, 뭐야. 해보자는 거야!?”

마중을 나와있던 마리온은 무심결에 바지의 뒷주머니에 오른손을 찔러넣었다.
그녀는 그곳에 평소부터 나이프를 숨기고 있었다. 전투용이지만, 생선을 다듬을 때 쓰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는 항상 단련하고 있다.
마사도 지팡이를 겨누었고, 지미는 석회분을 뿌릴 준비를 했다.
모두 군함에서 자라난 소녀들답다. 겁먹는 기색은 조금도 없다.
또 그녀들만을 위험에 처하게 할수 없다는 듯 선원들도 살기를 뿜었다.
비키니 갑옷의 여전사들 선두에 선, 유난히 큰 키의 여자도 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매로 마리온을 노려본다.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풍기는 갑판에, 당당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만하세요. 미레이.”

어깨에 자루가 긴 양날도끼를 걸쳐맨 소녀가 다리를 건너왔다. 아까 갑판에 있던 여걸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의외로 어리다. 그것도 그런 것이 리카르도와 같은 나이인 것이다.
단지, 먼 거리에서는 그 존재감 때문에 어린 여자아이라는 인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뿐이다.
진주처럼 하얀 피부에, 오똑하게 솟은 콧날, 가련하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가녀린 얼굴이지만, 눈은 약간 치켜올라가 있고, 공작석(Malachite) 눈동자는 그 안에서 빛무리가 춤추고 있는 것처럼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소녀는 미소녀라도 연약함은 눈꼽만치도 없다. 여전사의 아름다움이다.
여자답지 않게 바다에 나와 전투도끼를 들고 걷고 있지만, 골격 그 자체는 보통 평범한 소녀들 처럼 가냘펐다.
이 나이 때는 남자보다도 여자쪽이 발육이 좋은 것이 흔한 일이라, 리카르도보다도 키가 크다. 하지만 굉장히 거대한 전투도끼를 가볍게 다룰 만한 근육이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으니, 마법석이나 마법구슬을 부착해 경량화시킨 모양이다.

“이번 로랑스 왕국의 협력에 대해 감사하오, 에바…… 오랜만이네. 저기……마중나와줘서 고마워.”

리카르도의 인사를 로랑스왕국의 공주님은 완벽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과장되게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파란 하늘을 우러보며 손바닥으로 파닥파닥 가슴을 때렸다.

“아이참 정말 덥네.”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은 이제부터 파티에라도 나가는 거냐고 묻고 싶을 만큼 가벼운 드레스였다.
예전에 비취해의 색이니까, 녹색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매우 천을 아껴서 만든 것 같은 옷이었다. 한마디로 캐미솔 드레스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어깨끈으로 매달려 있을 뿐, 건강한 어깨와 쇄골이 엿보인다. 거기다 가슴팍도 크게 패여 있어 가슴 사이 계곡이 엿보인다.
(읏, 잠깐 떨어져 있는 사이에, 또 가슴이 더 커졌구나……)

허리는 잘록한데 엉덩이는 팽팽하게 솟아올라 있다.
롱스커트는 비스듬하게 싹둑 잘려 있어서 건강한 허벅지가 중간까지 들여다보인다.
그녀의 다리는 단순히 길기만 한 게 아니라 가늘지도 않고 굵지도 않은, 근육과 지방의 비율이 적절하게 맞춰져 절묘한 각선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디를 보아도 흠잡을 곳이 없는 미소녀로 보인다. 한손에 거대한 전투도끼를 들고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지만…….
나이에 비해서는 여체경험이 풍부한 소년은 무심코 상상해버렸다.

(이런 타입의 여자아이는 안는 기분이 좋겠지. 게다가 분명히 꾸욱꾸욱 조이는 보지를 가지고 있을 거야.)

리카르도의 시선을 즐기는 것 같은 태도였던 에바린이었지만, 갑자기 얼굴색이 바뀌었다.

“잠깐!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징그럽게!”

에바린은 과장되게 가슴 사이 계곡을 오른 손으로 감추고 왼손으로 스커트를 끌어내렸다.

(자기가 보여주고 있었잖아!!)
라고 쏘아주고 싶은 리카르도 였지만, 반사적으로 당황해서 사과를 해버렸다.

“미안, 하지만, 저, 저기……군복은?”
“이 푹푹 찌는 날에 입고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너 날 죽일 생각이야?”
“그런 뜻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한마디에 리카르도는 허둥지둥 사과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어렸을 때부터 항상 뭔가 질책을 받아온 리카르도는 그녀에 대한 껄끄러움이 있다.
거기다 지금까지 여자로 인해 어려웠던 적이 없는 리카르도는 이런 태도를 취하는 소녀에게는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다.

“……”

한동안 거북한 침묵이 흘러가고 에바린의 왼쪽 뒤에 따르고 있던 날씬한 몸에 키는 훤칠하게 큰 누님이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해왔다.

“리카르도님, 오랜만입니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만다씨, 안녕하세요.”

겨우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 나왔다고 리카르도는 안도했다.
밤색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세갈래로 묶고, 바디라인을 강조하는 깊은 슬릿이 들어간 남색의 坪?상의를 입고 있다. 흠 하나 없는 이목구비의 상냥한 누님이다.
그녀는 에바린의 젖자매다. 흔히 말하는 메이드다. 주인과는 다르게 굉장히 성격 좋은 사람이다.

“공주님은 말이죠, 항상 리카르도님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아아, 지금쯤 리카르도님은 무얼하고 있을까, 에바린은 걱정이야♪ 하고 말이죠.”
“아만다, 이상한 날조는 하지마!”

안색을 바꾼 에바린이 일갈하자, 아만다는 너무나도 무섭다는 듯이 “어머, 비밀이었나요. 부디 용서해 주세요”라고 가련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게 표면적인 태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은 리카르도라도 알 수 있다.
에바린에게 있어서 아만다는 매일 식사는 물론, 목욕을 할때는 등을 밀어주고, 매일 아침 머리도 빗겨주는 등, 그녀 가까이서 모든 시중을 들어주는 소중한 측근이다.
친 자매보다도 가까워 주군의 심술에도 익숙해져 있다. 호박에 침주기(힘을 주어도 반응이 없다는 뜻의 속담), 그녀한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에바린은 억지로 화제를 바꿨다.

“…… 뭐 좋아. 그런 것보다, 이 앞에 있는 해협을 통과할 때, 해신에게 용기를 보여주기 위한 의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아, 아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그런 풍습이 있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이 있어.”

리카르도는 기억의 끈을 더듬어, 겨우 대답했다.

“해보지 않을래?”
“뭐?”
“뭐야, 무서워? 여전히 의지박약이네.”

곤혹스러워 하는 리카르도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댄 에바린은, 바보취급 하듯 비웃었다.

“난 의지박약 따위가 아냐.”
“그럼 결정됐네.”

도발에 걸린 것이 큰 실수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리카르도는 배 중앙 마스트에 에바린과 둘이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양발이 밧줄에 묶여있다.

“자, 날아♪”
“날라니, 무리야!”
“왜?”
“죽는다고 보통은!!”
“죽지 않아. 그러니까 구명줄이 있잖아.”

리카르도는 약혼녀에게 대들었다.

“그럼 에바가 해봐. 해룡신의 딸이라면서”
“너 바보야? 난 치마를 입고 있어. 이런 차림으로 거꾸로 매달리면, 굉장히 꼴사납게 될 거야. 넌 약혼녀한테 수치를 줄 생각이야?”

에바린은 강한 바람에 흩날리는 황금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우물우물 대꾸하지마. 남자잖아!”
“엑!”

에바린은 갑자기 리카르도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 결과는 가련한 소년의 마스트에서의 번지점프.

“흐아아아아아아아……!!!”

리카르도의 한심한 비명이 주위에 메아리쳤다.
리카르도와 에바린의 하나부터 열까지 이런 모습이었다.
두척의 배가 해상도시 브라키아에 들어갔을때는 리카르도는 완전히 지쳐있었다.

“소관은 카를로타 왕국의 해상도시 브라키아 총독을 맡고있는 바넷사라고 합니다.”

리카르도가 배에서 내리자 검은 군복 상의의 앞 단추를 끄르고 검은 속옷을 드러낸 여장교가 마중을 해주었다.
여자치고는 상당히 키가 크다. 스타일도 빼어났다. 그걸 과시하듯이 속옷은 복부가 비어 있고, 바지는 검고 타이트한 로라이즈(골반바지). 그 때문에 잘록한 배가 눈에 띤다.
윤기 넘치는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아무렇게나 흘러내리고, 옅은 갈색으로 햇餠?그을린 피부, 토파즈 같은 눈동자에선 날카로운 안광이 뿌려졌다.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은 군인답게 딱딱했지만, 화장은 완벽했다.
거기다가 오른쪽 눈에는 황금의 외눈안경을 끼고, 손에는 채찍같은 지휘봉을 들고 있는 모습에선 위압감이 느껴져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공기를 풍기고 있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지장타입답게, 어딘가 괴벽이 있을 것 같고, 얇고 빨간 입술에서는 뱀처럼 두갈래로 갈라진 혀가 나올 것 같은 무서움이 느껴졌다. 아마 부하들에게는 뒤에서 [누님]이라고 불리면서 나찰 같은 두려움을 사면서도 존경받고 있을 것이다.
군복을 아무렇게나 착용한 모습은 불량 군인스럽지만, 보기 안 좋지는 않았고 멋있었다.

(좀 못된 누나 같은 느낌인가)

나이는 이십대후반쯤으로 이시스나 스칼렛과 또래일 것이다.
젊은 여자의 몸으로 현재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수완가인 모양이지만 그다지 평판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리카르도는 그녀와 처음 만나는 거지만 출항 전에 이시스와 스칼렛에게 들은 정보를 기억해 냈다.

“굉장히 기분 나쁜 여자야.”
라고 스칼렛이 말하자, 의외로 이시스도 동의했다.
“출세를 위해서 상사와 잤다는 소문도 있어.”

동성으로서 성을 이용해서 출세한 상대가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리카르도는 그런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체질이라, 누님들의 감정에 동조할 수는 없었다.

“에트루리아 왕국의 왕자 리카르도입니다. 이번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령선의 활동분포를 보면, 이 항구를 거점으로 하는 게 가장 좋았다. 이 곳 총독의 협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실로 고마운 일이다.
존경하고 신뢰하는 두 측근의 평가는 낮지만, 상당히 거친 편인 바다사나이들을 거느린 여걸다운 분위기에 호감이 갔다.
스칼렛만큼 야성적이지는 않지만, 이시스만큼 착실하지도 않다. 상당한 산전수전을 겪은 여장군이라고 할만하다.

“피곤해 보이는 군요.”
“네, 조금”
약혼녀에게 휘둘리느라 지쳐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을 보고 바넷사가 웃었다.

“역시, 선장이 되어 하는 첫항해는 긴장이 심하죠. 오늘 밤은 저희 항구에 올라 편안히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호의에 감사하듯 리카르도가 고개를 끄덕일 때, 갑자기 관악기 소리가 울렸다.

용장한 음악이 계속되며 [해룡희]에서 활기차게 내려온 에바린이 바넷사 앞에 와서는 받듯하게 몸을 펴고 그림으로 그린 듯 완벽한 경례를 했다.

“소관은 로랑스 왕국의 왕녀 에바린. 이번에는 동맹의 우의로 항구를 사용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도 괜찮았고, 당당한 말투도 좋았다. 어느 것 하나를 보더라도 왕족이자 함장이라는 지위에 어울리는 위엄이 있었다.
그 위광에 직격당한 것일까. 바넷사도 역시 척 몸을 바로하고, 경례를 올렸다.

“에바린 왕녀의 용명은 소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왕족의 몸이시면서도 이번 해적토벌에도 솔선해서 참가하시다니, 그 강한 책임감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왕족으로서, 모든일에 솔선수범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나는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힘든 일도 아닙니다.”

에바린은 빙긋이 완벽한 미소로 답했다.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 우리 나라의 왕족 분들에게도 들려주고 싶군요. 아니, 이건 실언이었습니다. 잊어주십시오.”

방금 전 피곤에 전 리카르도의 얼굴을 본 다음이기 때문에, 더욱 에바린의 기품이 인상에 남은 것 같다.
여총독은 감동하고 있다.

(이 내숭쟁이! 도끼는 어디갔어 도끼는……)
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애용하는 전투도끼는 배 안에 두고 나온 것 같다. 바다 위에서와는 천지차이로 예의바르고 훌륭한 공주님을 연기하는 에바린을 보면서 리카르도는 속으로 욕을 했다.

바다 위에서는 지 멋대로 굴면서도, 땅에 내려와서는 이렇게 늠름한 해군사관을 연기하고, 파티에 참가해서는 완벽한 공주님을 연기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그녀한테 불만이 있는 리카르도가 항상 나쁜 놈이 되 버린다. 진짜 꼴 보기 싫은 계집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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