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천 - 9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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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부---------------------------
구미호가 사라진 지금 천사교의 근황은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토록 영화를 누리며 완전 베일에 감춰진 천사교가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되었으니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원의 무림인들은 모두가 신의 노여움을 받아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본 사람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단지 나의 측근만이 그 일을 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지.
아무튼 이제 세력의 구도는 내가 원하는 삼파전이 되었다.
그리고 이미 마도와 정파의 신도문과는 암중에 협약을 맺었으니 적은 하나 금천단 뿐이다.
그 싸움의 첫 시작은 신도문에서 알아서 할 것이니 난 뒤로 빠져 있어도 된다.

일단 나도 마도의 수장이니 녹림으로 복귀를 했다.
마의 지존이 천마교가 아닌 녹림에 머무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놈들도 제법 있었지만 막상 녹림에 들어온 놈들은 기가 죽어서 말도 제대로 못 뱉었다.
규모에서 천마교가 마치 지부처럼 느껴질 정도니 할 말이 없겠지.
게다가 훈련을 얼마나 지독하게 받았으면 모든 경비 무사의 군기는 군대를 상회하는 수준이라 난동을 부릴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나마 자부심을 가지던 놈들도 단주나 향주급의 실력을 보고 기가 질려 그저 그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괜히 이곳에서 설치다가는 그야말로 개쪽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조용히 찌그러져 있는 것이 자신들의 체면에 이득일 것이다.
내가 녹림에 들어왔을 때는 그들도 어느 정도 군기가 들었는지 제법 절도가 있어 보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도록 한다. 내가 처음 시작한 녹림을 봤으니 알테지만 난 녹림만으로도 무림을 평정할 수가 있다. 이것에 이의를 달 놈은 지금 말하도록”
좌중은 조용해졌다.
감히 거기에 토를 달 놈은 없었다.
거의 한달을 생활하면서 한번도 게으름을 피우는 무사가 없었고 오히려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보내고 있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두렵기까지 했다.
자신들이 걸어야할 진정한 마도의 길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동화되고 있는 자신들의 수하들은 이미 그들의 행동을 배우려 하고 있었고 그들이 수련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가 배우길 마다하지 않았다.
지극히 단순하여 초보들도 안하려는 기초단련을 스스로 시작했단 말이다.
자신들이 하려고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남아 있을 수하들이 과연 있을까?
세상에서 알아주지도 않는 무공을 배우기 위해 남아 있을 수하가 말이다.
“하지만 난 무림을 정복하는 것 따위는 관심이 없다. 어짜피 세상은 그대로 흘러갈 뿐이다. 사람이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신도문과 협약을 맺었다. 영원한 동맹을 맺자고.”
웅성이는 소리가 잠시 들렸지만 그건 모두 다른 놈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녹림의 무사는 내 말이라면 절대 토를 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니까.
그들도 이내 나의 수하들이 너무도 엄숙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조용해 졌다.
“역시 너희들은 내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 말 있는 놈은 지금 해라.”
일부러 강압적으로 나갔다.
녹림의 수하라고 다르겠나?
내 말에 토를 달고 무사한 놈은 현사뿐이란 사실을 익히 몸으로 체험한 그들이 감히 내 말에 이설을 달수는 없을 것이고 그런 분위기를 확실히 굳힌다면 다른 놈들까지 수긍할 것이다.
싸움은 피곤할 뿐이다.
정복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자신이 황제라도 된다는 말인가?
차라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궁궐로 쳐들어 갈 것이지 엉뚱한 곳에서 힘을 뺀단 말인가.
예부터 마도의 꿈은 천하통일.
정도의 꿈은 그러한 마도를 물리치는 것.
마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처럼 끝없는 대립이 있을 뿐이다.
서로 화합할 수 있다면 좀 더 멋진 곳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알량한 자존심과 케케묵은 감정으로 더욱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난 그것을 없애주고 싶다.
이제 내가 이곳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잘사는 모습을 보고 떠나고 싶다.
현대에서도 난 내 일을 완전히 하지 못했다.
그저 내 천명이라 생각한 일만을 처리 했을 뿐 그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은 못했다.
여기서는 꼭 이들의 밝은 미래를 보고 가고 싶다.

“모두 이해해 줘서 고맙군. 그대들은 새로운 무림을 열어갈 전사들이다. 서로 화합을 한다고 힘을 기르는 것을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너희가 걸어온 길을 잘 생각해 보아라. 힘이 있을 때 평화는 지켜지는 법이다. 우리가 지금 강성하다고 저들을 휘두른 다면 언젠간 다시 복수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힘을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저들에게 멸시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무림의 한 축을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언제까지 마도가 그림자만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정과 마가 공존하는 그런 세상을 너희가 만들지 않겠느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의 엄청난 생각이 전달되어서인지 이들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자신들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이론.
세상에 알려진 이론으로는 도저히 해석이 되지 않는...
언제나 흑백양론만이 난무하는 무림에 이런 이상한 논리를 펼치다니...
그래도 마지막 말이 이들을 자극했나보다.
“우리도 밝은 곳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마도가 왜 어두운 곳에서만 살아야 합니까?”
서로의 희망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런 희망이 내가 말한 세상이 된다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앉아 있는 좌대 앞으로 녹림삼군이 걸어나와 오체투지를 했다.
“주군. 정말 놀라운 생각이십니다. 이 현사 주군의 뜻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할 일이 많다. 이제 마도가 악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힘의 결정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군께서는 무림의 황제가 되셔야 합니다. 무림황. 앞으로 주군의 별호는 무림황이 될 것입니다.”
현사의 말에 모든 마도인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예를 올렸다.
“무림황 만세.”
“무림황 만세.”
마도의 진정한 힘은 지금부터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하나의 뜻으로 뭉쳤으니 내가 생각하는 마도의 세상은 분명히 밝을 것이다.

한편 신정맹도 바쁜 일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금천단의 소행이 확실한 살행에 더 이상 방관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살영대를 이용하여 다시금 금천단의 요인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지만 진여여의 말에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저들과 같은 수법을 쓴다면 사람들은 이제 정파를 정파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저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그렇다.
정파의 힘이란 언제나 당당하고 떳떳한 힘이었다.
암살과 같은 어두운 힘은 정파의 힘이라 할 수 없다.
진여여의 상황 판단력과 용병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고 살영대가 경비를 맡게 되자 그야말로 철옹성으로 변하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사자를 보내와 서로의 단합을 주장했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조건은 그야말로 신정맹을 날로 먹겠다는 속셈이었다.
진여여는 그런 그들의 사신들을 오히려 자신의 수족으로 삼으려 했다.
“그대들은 지금 무림맹주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소리군요. 금천단이 어떤 조직인지 아직 들어보지 못했나요?”
왜 모르겠는가?
그 동안 신정맹에서 전력을 쏟은 부분이 금천단의 정체에 관한 것이었다.
이젠 세 살박이도 다 아는 사실을 세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를 이들은 몰랐다.
“당신들이 믿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사실이예요. 그리고 우린 그 사실에 목숨을 걸었기에 이렇게 뭉친 것이구요. 우리에게 오겠다면 언제든 문을 열어두겠어요. 하지만 보름이 지난 뒤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예요. 그날 금천단은 세상에서 사라질테니까요.”
진여여의 부족한 기세를 추살이 보태주었다.
사신은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주눅이 들어 자신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도 잊어버리고 서둘러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머릿속에는 어디에 붙어야 살아남을 것인가 만이 맴돌고 있었다.

정파의 싸움이 한참 진행되려고 할 때 관에서 사람이 나왔다.
현재 각 세력의 수장은 앞으로 나와 황명을 받으라고 했다.
난 순간 욱해서 이놈의 황제를 죽여버릴까란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그럴 수는 없는 법이라 서둘러 칙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와 진여여, 악세호는 칙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황명을 받으시오.”
“황제폐하 만만세.”
“짐이 그대들의 능력을 높이사 관직을 주어 데리고 있고 싶으나 예부터 관과 무림은 서로 간섭하지 않음을 관례로 하니 그대들 중 한사람에게 나의 권력을 나누어 주려한다. 그대들은 대결을 통해 그 힘을 쟁취하라.”
황제의 권력이라.
그것은 그야말로 생사여탈권을 가지게 되는 지고무상한 힘을 말한다.
악세호의 눈빛이 달라졌다.
알고 보면 악가가 이렇게 무림에서 전전긍긍한 것도 자신들의 과거 영화를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장군가의 위용을 되찾기 위함 몸부림.
괜히 무림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쑥대밭이 되어 버린 가문이 너무도 비참하여 그 복수를 위해 이렇게 철치부심해 온 것이다.
만약 이 대결에서 이긴다면 그들은 다시 관으로 돌아갈 길이 생기는 것이다.
무림에서의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하겠지만 가문의 재건도 중요하기에 그의 눈빛엔 확신이 들어차고 있었다.
황제의 칙사가 돌아가고 나와 둘은 서로 한 탁자에 앉아 차를 한잔 했다.

“악세호 맹주. 어떻하겠소.”
흠칫 놀라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처지에 속여봐야 추할 뿐이지.
“그래 제갈천 림주는 어찌 생각하오.”
내가 이미 마도의 지존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림주라 부르다니 이놈이 명을 재촉하고 있구만.
“일단은 대결을 해야하지 않겠소?”
“당연하지. 그 방법을 말해 보시오.”
“깔끔하게 갑시다. 우리끼리 승부를 내는 것 어떻소?”
최근 연공을 마친 장군검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악세호는 은근히 그것을 원했다.
자신의 세력을 다치지 않고 무림에 악가세가의 위용을 다시금 떨치고 자연스럽게 관부로 들어가는 것.
그게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좋소. 그럼 진문주는 어떻하겠소?”
“전 실력이 안되니 양보하도록 하지요. 두분이 제 실력을 알고 있으니 부끄럽지도 않군요.”
진여여는 알아서 빠졌다.
괜히 다치면 후사를 도모할 수도 없으니 그게 좋겠지.
게다가 내게 이미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여자이니 물러나는게 맞지.
“일주일 후 다시 만납시다. 그날 모든 것을 끝냅시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세력간의 싸움은 반드시 큰 사상자를 내기 마련이고 지금처럼 뭔가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싸움 자체가 질질 끌리며 일반백성의 원망만 살 뿐이다.
아마도 지금의 황제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을 알고 있으니 이런 제안을 했겠지.
그들의 정보체계도 매우 세심하니까.

세력전에서 갑자기 결투로 변경되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쏠려있었다.
누구도 나의 진정한 무위를 본적이 없다.
사실 제대로 싸울 상대가 없었기도 하고 내가 힘을 쓰기도 전에 수하들이 알아서 처리를 하니 제대로 손을 써본지도 오래 되었다.
사람들이 화경이니 현경이니 생사경이니 하지만 과연 내가 어느 경지에 있는지 나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다만 현경의 경지는 넘어선듯하지만 생사경까지는 장담 못한다.
아니 더 이상의 경지를 욕심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악세호의 장군검은 최후의 경지가 현경이라고 했다.
그럼 같은 경지의 수준이라는 소리.
구미호와 대결을 할 때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경지를 세삼 되뇌이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수련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수련을 해오고 있었지만 도무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저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겨우 현경의 경지에 접어든 악세호 보다는 내가 유리하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무공에 대한 욕심이 생사경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겨우 일주일을 남겨두고 말이다.
명색이 무림의 최고수를 가리는 대결인데 나도 준비는 해야겠지.
그런 핑계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초식이나 내공이 강약이 아닌 어떠한 깨달음을 위해서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잠시 사람들을 떠났다.
대결의 날엔 꼭 돌아온다는 편지만 남기고.

어두운 동굴이나 연공관은 답답할듯하여 그저 방랑을 생각하며 대륙을 횡단했다.
밀림이 우거진 남만도 가보고 열사의 사막도 걸어보고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도 가보았다.
그리고 얼음만이 존재하는 곳은 물론이고 멀리 부처의 나라도 가보았다.
세상을 떠돌며 그저 편하게 생각해 오던 것을 하나하나 다시 깨닫게 되었다.
왜 먹고 마시고 잠을 자는지.
혼자는 힘들고 둘은 편한지.
사람의 마음엔 어떤 것이 있는지
한줄기 한줄기 일상의 모든 것이 문득 다르게 느껴졌다.
가벼운 손짓에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서로 마주보며 짓는 미소에도 평소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이 내겐 깨달음으로 다가 왔다.
내 모든 세포가 그런 깨달음에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부처의 나라에서 나무그늘에 기대어 앉은 후 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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